베트남전쟁의 이면을 되짚는 다큐멘터리 <기억의 전쟁>은 하나의 전쟁이 낳은 두개의 위령제를 지켜본다. 한국의 ‘전몰장병 합동 위령제’와 베트남 하미마을의 ‘학살 위령제’가 그것이다. 이때 이명과 같은 음향이 전자의 공기를 전달하고, 차분히 흐르는 음률이 후자의 분위기를 상상케한다. 음악이 취한 태도가 카메라의 시선에 응답하는 순간이다. 소리를 대비시켜 영화를 한층 섬세히 감각하게 도운 <기억의 전쟁> 이민휘 음악감독이 정한 컨셉은 “나서지 않는 음악”이다. 그는 “다큐멘터리는 많은 경우 꺼내기 어려운 주제를 다루기에 극영화를 대할 때와 달리 임할 수밖에 없다”며 “이야기를 끌고 가기보다 뒤받쳐준다는 느낌으로” 음악을 만들었다고 한다. 특히 “화자의 말이 더 잘 들리도록” 하는 것에 집중했다. 그가 택한 방법은 “앰비언스가 주가 되도록” 사운드를 조성하는 것.“콩나물로 멜로디를 그리는 것에 익숙했는데, 음이 퍼지는 효과에 집중한 새로운 시도가 재밌었다.”
페달에 발도 안 닿을 만큼 키가 작았지만 “피아노 외엔 잘하는 게 없었다”는 이민휘 음악감독은 “그나마 이게 낫다”는 생각으로 6살 때부터 음악과 함께했다. 그렇게 진학한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극, 영상, 전시 등 친구들의 작품에 자신의 음악을 얹기 시작했다. 음악감독 장영규, 달파란과의 만남으로 <고지전> 음악팀에 참여하며 본격적으로 영화음악을 시작한 그가 음악감독으로 데뷔한 작품은 2015년 개봉한 안선경 감독의 <파스카>. 좋아하는 감독으로부터 음악을 부탁한다는 연락을 받고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한 그는 개인 음반과 전시 작업을 지속하면서 독립영화 음악을 만들어왔다. 그는 음악감독으로 데뷔하기 전 남다른 음악세계를 펼친 듀오 무키무키만만수의 ‘만수’이기도 했다. “음악을 공부하지 않은 ‘무키’의 참신함으로부터 배운 게 많다”는 그는 뉴욕과 파리로 떠나 영화음악을 공부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다. 파리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지 얼마 안된 그는 지금 장건재·김종관 감독이 옴니버스로 준비 중인 영화에서 장건재 감독 파트의 음악을 맡아 작업 중이다. 끝으로 “최대한 거짓말하지 않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이민휘 음악감독은 작업 스타일을 묻는 질문에 “보통 시체처럼 누워 있다 잠깐 일어나 작업한다”고 솔직히 답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그래도 마감은 잘 지킨다.”
<That's it>
반려묘 호동이
“뉴욕과 파리 유학 시절을 함께한 고양이 호동이와 한국에 돌아와서도 잘 지내고 있다. 작업이 잘 안될 때면 호동이의 뱃살을 만지며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Filmography
음악감독 2020 <기억의 전쟁> 2020 <작은 빛> 2019 <히치하이크> 2018 <버블 패밀리> 2016 <나의 연기 워크샵> 2015 <파스카> 2014 <한여름의 판타지아> 음악팀 2011 <고지전> 2011 <오직 그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