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화제작과 주요 이슈
2020-03-10
글 : 조현나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스터

지난 3월 1일, 제 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가 막을 내렸다. 두 명의 신임 집행위원장이 선임되는 등 영화제 내부적으로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으며, 홍상수 감독의 은곰상 감독상 수상 소식도 들려왔다. 반면 논란의 영화 <다우. 나타샤> 제작과정에서의 인권침해 문제가 화두에 오르기도 했다. <씨네21> 1246호에 실린 한주연 베를린 통신원의 기획 기사를 통해, 베를린 영화제를 뜨겁게 달군 7개의 이슈를 살펴보았다.

두 명의 신임 집행위원장이 선임되었다.

(왼쪽부터) 베를린국제영화제의 공동 집행위원장으로 선정된 카를로 샤트리안과 마리에트 리스벡. [사진: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를린국제영화제의 공동 집행위원장으로 선정된 카를로 샤트리안과 마리에트 리스벡(왼쪽부터, 사진 베를린국제영화제) 올해 베를린영화제의 가장 큰 변화는 집행위원장의 교체다. 18년간 베를린 영화제를 이끌었던 디터 코슬릭에 이어 새롭게 선임된 집행위원장은 마리에트 리센벡과 카를로 카트리안이다. 리센벡은 조직 운영을, 카트리안은 프로그래밍을 담당했다고 알려졌다. 특히 마리에트 리센벡의 경우 베를린영화제를 이끄는 첫 여성 집행위원장으로 화제가 됐다. 초기 집행위원장 알프레드 바우어가 나치 협력자라는 게 밝혀지며 그의 이름을 딴 상을 없애는 등 올해 영화제의 시작은 순탄치 않았으나, 영화제 티켓이 33만장이 팔리며 역대 최고의 흥행을 기록했다. 영화제에 대한 현지 언론의 평가 역시 대체로 긍정적인 것을 보면 두 집행위원장의 첫 행보는 성공적인 듯하다.

<데어 이즈 노 이블>의 금곰상 수상에 관계자들이 눈물을 흘렸다.

<데어 이즈 노 이블>

이란 출신의 감독 모함마드 라술로프는 <데어 이즈 노 이블>이 금곰상을 수상했음에도 수상대에 오를 수 없었다. 출국금지를 당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대신 영화에 출연한 라술로프 감독의 딸이 대리수상을 했고, 이를 본 출연진과 스텝들이 울며 환호했다. <데어 이즈 노 이블>은 사형제도에 관한 네 개의 에피소드를 엮은 옴니버스 영화다. 라술라프 감독은 이 에피소드들을 통해 사형제도가 개개인의 영혼에 어떤 상처를 남기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영화제의 여성감독 비율이 늘어났다.

<네버 레얼리 섬타임스 올웨이즈>

올해 베를린 영화제에는 여성문제를 다루거나 여성이 화자인 영화들이 많았다. 경쟁작 18편 중 3분의 1이 여성감독 작품이었다. 특히 은곰상 심사위원상을 받은 엘리자 히트먼의 <네버 레얼리 섬타임스 올웨이즈>는 미투 문제를 가장 직접적으로 다룬 작품이다. 독일 주간지 <디 차이트>는 “앨리자 히트먼 감독은 이번 베를린영화제에서 가장 강렬한 장면들을 보여줬다”고 평하기도 했다.

‘지속 가능성’을 보여준 영화들이 있었다.

<퍼스트 카우>

은곰상 감독상을 수상한 홍상수의 <도망친 여자>, 켈리 레이차트의 <퍼스트 카우>는 이번 영화제의 주제인 ‘지속 가능성’에 걸맞은 영화들이었다. 특히 레이차트의 영화는 반서부영화라 할 만한데, 일확천금을 꿈꾸는 시대에 전혀 다른 활동으로 생계를 꾸리는 두 사람의 우정을 그린 독특한 작품이다.

독일영화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운디네>

독일 영화 세편 중 베를린파 대표 감독인 크리스티안 페촐트의 <운디네>가 가장 호평받았다. 독일전설 속 운디네는 자신을 배신한 남성을 죽이는 물의 요정인데, 영화는 이러한 신화와 현실을 조화롭게 엮어냈다. 운디네 역을 맡은 폴라 비어는 여자연기자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부르한 쿠르바니의 <베를린 알렉산더플라츠>는 영화제 시작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으나 수상엔 실패했다. 주인공이 불법 난민이라는 점에서 화제가 됐으며, 알프레트 되블린의 동명의 독일 표현주의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인간의 어두운 내면과 무의식을 다룬 영화들이 많았다.

<베를린 알렉산더플라츠>

아르헨티나 여성감독 나탈리아 메타의 <침입자>와 <시베리아>는 꿈과 현실을 구분할 수 없는 장면들로 채워져 있었다. <베를린 알렉산더플라츠>에도 주인공의 무의식의 이미지가 반복해서 나타나며, <다우.나타샤>에서도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그녀의 무의식을 엿볼 수 있다.

영화 <다우. 나타샤>의 인권침해 논란

<다우, 나타샤>

이번 영화제의 가장 문제작이었던 일리아 크르자노프스키의 <다우.나타샤>가 은곰상 예술공헌상(카메라상)을 수상했다. 감독은 1938년에서 1959년까지, 실제 소련에서 비밀리에 진행된 ‘다우 프로젝트’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해당 연구소를 그대로 본 뜬 세트장을 제작했다. 400여명의 배우들이 촬영을 위해 2년간 격리된 채 세트장에서 생활한 점, 나타샤가 소련 비밀경찰에 심문받은 장면 등을 토대로 인권 침해 논란이 일었다. <다우.나타샤> 논란을 비롯해 은곰상을 수상한 홍상수 감독의 <도망친 여자>에 대한 현지반응 등 베를린 영화제에 관한 더 자세한 소식은 <씨네21> 1246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왼쪽부터) 홍상수 감독, 김민희, 서영화 [사진: (주)화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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