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일, 제 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가 막을 내렸다. 두 명의 신임 집행위원장이 선임되는 등 영화제 내부적으로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으며, 홍상수 감독의 은곰상 감독상 수상 소식도 들려왔다. 반면 논란의 영화 <다우. 나타샤> 제작과정에서의 인권침해 문제가 화두에 오르기도 했다. <씨네21> 1246호에 실린 한주연 베를린 통신원의 기획 기사를 통해, 베를린 영화제를 뜨겁게 달군 7개의 이슈를 살펴보았다.
두 명의 신임 집행위원장이 선임되었다.
베를린국제영화제의 공동 집행위원장으로 선정된 카를로 샤트리안과 마리에트 리스벡(왼쪽부터, 사진 베를린국제영화제) 올해 베를린영화제의 가장 큰 변화는 집행위원장의 교체다. 18년간 베를린 영화제를 이끌었던 디터 코슬릭에 이어 새롭게 선임된 집행위원장은 마리에트 리센벡과 카를로 카트리안이다. 리센벡은 조직 운영을, 카트리안은 프로그래밍을 담당했다고 알려졌다. 특히 마리에트 리센벡의 경우 베를린영화제를 이끄는 첫 여성 집행위원장으로 화제가 됐다. 초기 집행위원장 알프레드 바우어가 나치 협력자라는 게 밝혀지며 그의 이름을 딴 상을 없애는 등 올해 영화제의 시작은 순탄치 않았으나, 영화제 티켓이 33만장이 팔리며 역대 최고의 흥행을 기록했다. 영화제에 대한 현지 언론의 평가 역시 대체로 긍정적인 것을 보면 두 집행위원장의 첫 행보는 성공적인 듯하다.
<데어 이즈 노 이블>의 금곰상 수상에 관계자들이 눈물을 흘렸다.
이란 출신의 감독 모함마드 라술로프는 <데어 이즈 노 이블>이 금곰상을 수상했음에도 수상대에 오를 수 없었다. 출국금지를 당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대신 영화에 출연한 라술로프 감독의 딸이 대리수상을 했고, 이를 본 출연진과 스텝들이 울며 환호했다. <데어 이즈 노 이블>은 사형제도에 관한 네 개의 에피소드를 엮은 옴니버스 영화다. 라술라프 감독은 이 에피소드들을 통해 사형제도가 개개인의 영혼에 어떤 상처를 남기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영화제의 여성감독 비율이 늘어났다.
올해 베를린 영화제에는 여성문제를 다루거나 여성이 화자인 영화들이 많았다. 경쟁작 18편 중 3분의 1이 여성감독 작품이었다. 특히 은곰상 심사위원상을 받은 엘리자 히트먼의 <네버 레얼리 섬타임스 올웨이즈>는 미투 문제를 가장 직접적으로 다룬 작품이다. 독일 주간지 <디 차이트>는 “앨리자 히트먼 감독은 이번 베를린영화제에서 가장 강렬한 장면들을 보여줬다”고 평하기도 했다.
‘지속 가능성’을 보여준 영화들이 있었다.
은곰상 감독상을 수상한 홍상수의 <도망친 여자>, 켈리 레이차트의 <퍼스트 카우>는 이번 영화제의 주제인 ‘지속 가능성’에 걸맞은 영화들이었다. 특히 레이차트의 영화는 반서부영화라 할 만한데, 일확천금을 꿈꾸는 시대에 전혀 다른 활동으로 생계를 꾸리는 두 사람의 우정을 그린 독특한 작품이다.
독일영화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독일 영화 세편 중 베를린파 대표 감독인 크리스티안 페촐트의 <운디네>가 가장 호평받았다. 독일전설 속 운디네는 자신을 배신한 남성을 죽이는 물의 요정인데, 영화는 이러한 신화와 현실을 조화롭게 엮어냈다. 운디네 역을 맡은 폴라 비어는 여자연기자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부르한 쿠르바니의 <베를린 알렉산더플라츠>는 영화제 시작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으나 수상엔 실패했다. 주인공이 불법 난민이라는 점에서 화제가 됐으며, 알프레트 되블린의 동명의 독일 표현주의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인간의 어두운 내면과 무의식을 다룬 영화들이 많았다.
아르헨티나 여성감독 나탈리아 메타의 <침입자>와 <시베리아>는 꿈과 현실을 구분할 수 없는 장면들로 채워져 있었다. <베를린 알렉산더플라츠>에도 주인공의 무의식의 이미지가 반복해서 나타나며, <다우.나타샤>에서도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그녀의 무의식을 엿볼 수 있다.
영화 <다우. 나타샤>의 인권침해 논란
이번 영화제의 가장 문제작이었던 일리아 크르자노프스키의 <다우.나타샤>가 은곰상 예술공헌상(카메라상)을 수상했다. 감독은 1938년에서 1959년까지, 실제 소련에서 비밀리에 진행된 ‘다우 프로젝트’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해당 연구소를 그대로 본 뜬 세트장을 제작했다. 400여명의 배우들이 촬영을 위해 2년간 격리된 채 세트장에서 생활한 점, 나타샤가 소련 비밀경찰에 심문받은 장면 등을 토대로 인권 침해 논란이 일었다. <다우.나타샤> 논란을 비롯해 은곰상을 수상한 홍상수 감독의 <도망친 여자>에 대한 현지반응 등 베를린 영화제에 관한 더 자세한 소식은 <씨네21> 1246호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