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비행> 한국 사회의 모서리에 위치한 두 20대 남성을 건조한 시선으로 뒤쫓는다
2020-03-17
글 : 남선우

신의주에서 온 근수(홍근택)는 아직 중국에 있는 형을 뒤로하고 홀로 한국에서 살아간다. 관리받는다는 명목으로 담당 보호관에게 정착지원금을 넘긴 근수에게 남은 건 생활비 50만원과 나이키 운동화가 전부. 그런 근수에게 자장면을 배달하는 지혁(차지현)은 호주 이민을 꿈꾸며 손님들 지갑에 자주 손을 댄다. 근수의 신발마저 훔치려 한 지혁과 곧바로 그의 덜미를 잡은 근수는 몸싸움을 벌이고, 피해자가 될 뻔했던 근수는 오히려 지혁을 폭행한 대가로 100만원을 요구받는다. 갑자기 거액이 필요해진 근수는 고향 친구의 소개로 마약 운반에 뛰어드는데, 이를 알게 된 지혁은 자신과 둘이 일하면 더 큰돈을 벌 수 있다고 근수를 부추긴다. 각각 한국 정착과 탈출을 꿈꾸는 근수와 지혁은 20kg의 필로폰을 업고 꺼림칙한 동행을 시작한다.

신예 홍근택과 차지현의 사실적인 연기가 빛나는 <비행>은 한국 사회의 모서리에 위치한 두 20대 남성을 건조한 시선으로 뒤쫓는다. 소외된 이들에게 마땅한 기회를 허락하지 않는 땅이 야속할지언정 인물들도 계속해서 자신을 척박한 상황으로 내몬다. 영화의 냉정한 태도는 같은 위험에 처할망정 쉽게 감정을 공유하지 않는 두 인물의 관계에서 극대화된다. 악연으로 출발해 동업하기에 이른 두 사람 사이의 인력과 척력이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것. 서로는 물론 누구와도 마음을 나누지 않던 두 남자가 음욕을 드러내며 유흥가의 캄캄한 건물 지하로 함께 발을 내딛는 신은 시각적 자극 없이 이들의 빈곤한 내면을 지시한다는 점에서 특히 인상적이다. 이러한 발걸음 끝에 맺어진 결말은 갑작스러운 감이 없지 않지만, 이는 영화가 내내 쌓아올린 아이러니의 일격이자 비로소 완성된 감독의 질문과 다름없기에 자꾸만 곱씹게 된다. 조성빈 감독의 청주대학교 졸업작품이자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 CGV아트하우스 배급지원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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