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파라다이스 힐스> 흐트러지지 않게 배치된 미술과 소품은 다소 판타지 같은 이야기에 설득력을 더한다
2020-03-17
글 : 김성훈

파라다이스 힐스는 구름 한점 없는 하늘, 끝없이 펼쳐진 바다, 푸른 정원, 붉은 장미숲 등 온갖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한 곳이다. 우마(에마 로버츠)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이곳에서 깨어난다. 누가 자신을 이곳에 데려다놓았는지, 왜 잠이 들었는지 등 이곳에 오게 된 과정을 기억하지 못한 채로 말이다. 화려한 드레스 차림인 공작 부인(밀라 요보비치)은 우마에게 파라다이스 힐스가 여성들에게 맞는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곳이라고 소개할 뿐이다. 이곳에 온 여성들은 리조트형 숙소에서 묵으면서 식습관에 맞는 식단, 요가 클래스, 헤어, 메이크업을 꾸준히 관리하는 미용 등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단, 잠들기 전 우유 한잔과 알약을 복용하는 규칙을 지켜야 한다. 유명한 가수인 아마르나(에이사 곤살레스), 밴드 활동이 꿈이라 항상 머리에 헤드폰을 낀 유(아콰피나) 등 또래의 여성들이 파라다이스 힐스 생활에 만족하는 반면, 우마는 이곳에 어떤 비밀이 있는지 의심한다.

광고 업계에서 오래 일한 이력답게 앨리스 웨딩턴 감독이 펼쳐놓은 파라다이스 힐스는 눈이 부실 만큼 화려하다. 흐트러지지 않게 배치된 미술과 소품은 다소 판타지 같은 이야기에 설득력을 더한다. 사람마다 욕망과 취향이 제각각인데 여성들이 똑같은 의상을 입은 채 군대처럼 엄격한 일정과 프로그램을 소화하는 설정이 다소 아이러니하다. <파라다이스 힐스>는 주인공 우마가 이 공간에 대한 비밀을 추적하면서 아름다움은 외양을 가꾼다고 저절로 갖춰지는 덕목이 아니라는 진리를 얘기하는 현대 우화다. 공간이 화려한 만큼 에마 로버츠, 밀라 요보비치, 에이사 곤살레스, 아콰피나 등 여성배우들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다. 영화를 연출한 앨리스 웨딩턴 감독은 전작인 단편영화 <디스코 인페르노>로 판타스틱 페스트를 포함해 56개 영화제에 초청받아 상 10개를 수상한 재능 있는 여성감독으로, 이 영화가 첫 장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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