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iew]
<하이바이, 마마!>, 미련이 많아서
2020-03-17
글 : 유선주 (칼럼니스트)

땅에 머물지 하늘로 올라갈지 귀신 뜻대로 고를 수 있게 된 ‘귀신 민주화’ 이후, 지상은 귀신으로 붐빈다. 환생할 영혼이 부족해지자 무당 미동댁(윤사봉)은 ‘귀신-환생 순환 정책’에 따라 평온납골당 귀신들을 올려 보내려 애쓰지만, 실적은 전무하다. 저마다 구구절절 사연이 있는 귀신들의 읍소를 들어주다 그렇게 되었다. 갓 태어난 아기를 두고 사망한 차유리(김태희)도 그중 하나다. 낮에는 딸 서우(서우진) 곁에 있다가 밤이면 납골당으로 퇴근한 지 5년째. 자신 때문에 서우가 귀신을 인지하게 되자 하늘로 올라갈 결심을 한 참인데, 뜻밖에 생전 모습 그대로 사람이 되는 기회가 생겼다. 49일 안에 재혼한 남편 조강화(이규형)의 아내, 서우 엄마 자리를 되찾으면 사람으로 쭉 살 수 있게 된단다.

한이 풀리면 절하고 승천하는 귀신 이야기는 산 사람쪽의 희망이고, tvN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의 귀신들은 미련이 무척 길다. 9살 아들이 30살이 되도록 따라다니는 귀신 가족이 있는가 하면, 장손과 같이 올라가겠다던 양반 가문 귀신들은 대를 이어 승천을 미룬다. 서우가 귀신을 보지 못하게 돌볼 뿐, 원래 자리를 회복할 생각이없다던 유리는 ‘안녕 잘 가, 엄마!’라는 제목대로 배웅을 받고 순순히 잘 떠날 수 있을까? 귀신은 아니지만, 떠나지 못해 머무르는 괴로움은 안다. 미련이 일방적으로 털어지는 것은 아니어서, 상대와 상호작용을 하며 간신히 내가 가진 미련의 윤곽을 가늠하고 내려놓게 된다. 잠시 인간의 몸을 얻은 유리에게 온 기회도 그런 종류가 아닐까.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