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오세범 딴짓의 세상 대표 - ‘딴짓’의 재발견
2020-03-23
글 : 김소미
사진 : 백종헌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윤희에게> <찬실이는 복도 많지> 배지 등 최근 인기를 끈 굿즈 뒤에는 오세범 딴짓의 세상 대표가 있었다. 2011년에 문을 연 1인 스튜디오 딴짓의 세상은 디자인, 독립출판을 아우르며 지금까지 50편이 넘는 영화의 굿즈를 제작했다. 오세범 대표는 마이크 밀스 감독의 <우리의 20세기>를 “개봉영화 굿즈 작업의 물꼬를 터준 영화”로 기억했다. 수입사인 그린나래미디어의 제안을 받아 주인공 도로시아(아네트 베닝)가 즐겨 피우는 고풍스런 ‘살렘’ 담뱃갑을 디자인했고, 그 안에 영화 스틸컷을 담은 포토카드를 넣었다. “티모시 샬라메 주연의 <핫 썸머 나이츠> 카드사진집, 4개월의 긴 준비 기간을 거쳤던 <서스페리아> 작업” 등도 각별했던 작업물들이다.

사람들은 왜 굿즈를 소비할까? 오 대표는 좋은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영화 속에 계속 살고 있는 기분, 혹은 그러고 싶은 욕망”을 언급했다. 딴짓의 세상이 주로 영화 속 특정 장면이나 작은 소품을 영화 바깥에서 그대로 재현하는 작업을 즐기는 이유다. 디자인을 전공한 오세범 대표는 영화 제작 워크숍, 영화제 스탭 등으로 일하다가 독립출판업계에 뛰어들었다. 좋아하는 영화에 대한 작고 얇은 ‘팬진’의 개념으로 시작한 비정기 간행물인 <THE SUMMER>를 만든 것도 이 시기. 그는 <THE SUMMER>의 <파수꾼>호를 만들때, 직접 감독에게 연락해 극 속에서 세명의 주인공들이 함께 찍었던 사진을 요청했고 이를 인화해 잡지에 끼워넣었다. 친구에게 막 선물받은 듯한 생생한 필름 사진은 “영화 속 인물이 실제로 존재하고, 그 사람의 세계가 나와 오버랩된다는 뭉클한 느낌”을 주기 충분했다. 이후 그는 <녹색 광선> <구니스와 함께한 3주> <헵타메론: 열 번째 이야기>를 차례로 펴냈다. 이미 존재했던 고전도 딴짓의 세상의 해석이 가미되자 영화 속 순간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굿즈로 변모했다. “영화는 끝났고, 영화를 만든 사람들도 진즉 각자의 자리로 흩어졌지만, 팬들은 여전히 영화와 관련된 모든 것을 어떻게든 ‘나’와 연결지어서 생활 주변에 두려고 한다. 어쩌면 참 이상한데, 매혹적이고 귀엽기도 한 그 마음이 좋다.” 영화의 내러티브가 깃든 물성이 주는 기쁨을, 그 순수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1인 스튜디오 딴짓의 세상은 앞으로 개봉영화와 무관한 영화 굿즈 작업으로 더욱 품을 넓힐 계획이다.

That's it

팬톤 컬러 차트와 텀블러

스튜디오 설립 초기에 오세범 대표가 큰마음 먹고 구매한 첫 번째 중요한 물품이 팬톤 컬러 차트다. “배지 제작 시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 중 하나가 색을 고르는 것이다. 배지 금속 위에 사람이 일일이 색을 입히는 공정이라 차트 색과 달라지는 일도 빈번하다. 가장 마지막까지 고민한다.” 텀블러의 경우 한번 자리에 앉으면 6~7시간 가까이 몰두하는 작업자를 위한 필수품. “영화 <패터슨>에서 패터슨이 늘 쓰는 브랜드와 디자인으로 골랐다.”

<씨네21> 유튜브 채널에 그동안 딴짓의 세상이 작업한 영화 굿즈들을 모두 모아 소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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