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페인티드 버드> 유대인이란 이유로 배척받는 소년의 처지를 은유한다
2020-03-24
글 : 배동미

소년(페트르 코틀라르)은 자신을 쫓아오는 또래 아이들을 피해 숲속을 달린다. 아이들은 소년의 품에서 족제비를 빼앗아 불태우며 잔인하게 웃는다. 소년의 시골 생활이 지독할것이란 예감을 불러일으키는 영화의 시작이다. 2차 세계대전을 피해 시골 아주머니에게 맡겨졌던 소년은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여러 마을을 떠돌아다니며 학대를 경험한다. 주술사, 군인 등 10명이 넘는 어른을 겪는 소년은 그들의 잔인한 모습을 목도하고 자신도 변해간다. 영화 초반 불태워진 족제비처럼 새와 말, 염소 등이 시골에서 잔인하게 도축되는 모습이 스크린 위에 펼쳐지며 말 못하는 짐승은 인간의 손에 생명을 잃고, 소년은 실어증에 걸린다. <페인티드 버드>는 소년의 수난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이반의 어린시절>(1962)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 속 기묘한 이미지들은 조지아영화 텐기즈 아불라제의 <참회>(1988)를 닮았다.

원작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페인트로 얼룩진 새’는 유대인이란 이유로 배척받는 소년의 처지를 은유한다. 페인트 묻은 새가 무리에 끼지 못하고 공격받는 영화의 장면은 이질성을 배척하는 동물적 본성을 의미한다. 영화는 흑백으로 촬영되어 잔인한 장면에서 관객과 거리감을 유지하려고 했지만, 베니스국제영화제 상영 당시 많은 관객이 자리를 뜬 것 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와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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