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주디> 르네 젤위거에게 제92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긴 영화
2020-03-24
글 : 남선우

사랑하는 아이들과 머물 집도, 하룻밤 묵을 호텔 숙박비도 없는 주디(르네 젤위거)는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 역을 통해 스타로 지낸 왕년이 무색하게 “야망이 주는 건 두통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다시 자녀들과 함께하기 위한 활로를 찾던 중 아직 자신을 찾는 곳이 있다는 얘기에 반신반의하며 런던으로 향한다. 돈을 모아 가족을 되찾겠다는 마음도 잠시, 홀로 남은 주디에게 자꾸만 아역 시절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어떠한 자유도 허락되지 않던 그때를 한참 전에 빠져나온 주디지만, 고독과 불안은 늘 그를 따라다닌다. 약속된 공연 시간을 무시하고 방문을 걸어 잠글 만큼 시들어버린 주디는 그러나 막상 무대 앞에 나서면 조명을 한껏 흡수한다. 이 극단적 명암이 익숙한 듯, 관객을 향해 팔을 벌리고 노래를 시작한다.

르네 젤위거에게 제92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긴 <주디>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스타 주디 갈런드가 엔터테이너로 떠오르는 시점과 저물어가는 시점의 이야기를 담백하게 이어붙인다. 일찍이 발견된 재능을 착취당한 끝에 오래도록 외로이 부유해야 했던 주디의 일생이 시간의 교차로 더욱 저릿하게 다가온다. 이 영화는 단연 르네 젤위거의 공연 장면에서 빛난다. 영화 속 모든 노래를 라이브로 소화한 그는 마이크 선을 흔드는 부드러운 손짓, 음악이 고조될수록 확장되는 동공, 소리를 뱉기 전 후로 오므라드는 윗입술까지도 절절히 연기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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