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행복의 단추를 채우는 완벽한 방법> '일정표, 불편한, 희망’이라는 세 챕터로 구성된 영화
2020-03-31
글 : 이나경 (객원기자)

앨런(빌 나이)의 큰아들 마이클은 어린 시절 동생 피터(샘 라일리)와 스크래블(알파벳 타일을 보드 위에 올려 단어를 만드는 게임)을 하다 집을 나간 뒤로, 연락이 끊겼다. 마이클의 실종 후 소원해진 앨런과 피터가 오랜만에 재회한다. 마이클일 가능성이 있는 신원불명의 시체를 확인하기 위해 안치소로 향하게 된 것. 하지만 예상 못한 상황으로 시체 확인이 어려워지고, 앨런은 피터에게 근처 호텔에서의 일박을 제안한다. 세월이 흘러 피터 또한 아들을 둔 아버지의 입장이 되었음에도 앨런과의 관계 회복이 쉽지 않다. 최대한 빨리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아내 수(앨리스로) 핑계도 대고, 온몸으로 어색함을 표현하지만 별다른 수가 없다. 앨런은 피터와의 서먹한 관계를 바로잡고 싶고, 마이클일 거라고 확신하는 온라인 스크래블 플레이어를 찾아 가족의 재결합을 원한다. ‘일정표, 불편한, 희망’이라는 세 챕터로 구성된 영화에서 스크래블 게임은 눈에 띄게 자주 등장한다. 가로세로 줄을 맞춤과 동시에 알파벳을 조합해 단어를 만들어가는 이 게임의 규칙처럼, 틀어지고 어긋난 관계의 단추를 다시 채우고 싶은 앨런의 심경이 대변된 듯하다. 빌 나이는 그리움과 상실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면서도, 곳곳에 유머를 녹여낸 채 균형감을 잃지 않는 앨런을 연기한다. 샘 라일리 역시 복잡한 피터의 심경을 탁월하게 묘사한다. 칼 헌터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드라마 <닥터 후> 시리즈에 참여한 프랭크 코트렐 보이스가 각본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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