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죽지 않는 이 여인은 누구일까. 총에 맞아도 죽지 않고 온몸에 칼이 찔려도 곧장 회복하는 레이시(오루니키 아델리이)는 시종 미스터리한 존재다. 다만 그녀는 잘 싸우고 잘 먹는다. 평소엔 오트밀과 홍차를 즐기지만 몸을 재생시키기 위해선 인육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무나 먹는 건 아니다. 웬만하면 건장한 신체를 가지고 악한 행동을 일삼는 사람을 골라 먹는다. 위험에 처한 여성들을 곧잘 구해주지만, 악행을 일삼는 사람들 앞에선 가차없다. 그녀에겐 정의감이나 외재화된 규율은 없는 것 같으나, 나름의 규칙은 있다. 레이시의 규칙에 편승해 정의감을 불사르는 인물은 형사 가드프리(피터 맥닐)다. 기존의 절차로는 도무지 해결이 날 것 같지 않은 사건에 골몰하는 그는 레이시와 의기투합해 흉악범죄를 종식시키려 한다.
싱거운 농담과 섬뜩한 범죄현장을 오가는 <쉬 네버 다이>는 재밌는 면모를 지닌 스릴러영화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암울한 분위기를 깨는 싱거운 상황들과 헐거운 서사 전개에서 간혹 실소가 터져나오지만, 잿빛 가득한 도심 속에서 허무한 형사 캐릭터와 잔악무도한 캐릭터들을 변용해 종잡을 수 없는 무드를 파생시켜나가는 지점들이 흥미롭다. 비록 불멸의 존재들이 밝혀지는 대목에서 밀려오는 과중한 메시지가 영화를 돌이켜보면 허무하기 그지없지만, 장르영화로서의 쾌감을 취하고자 하면 빛나는 장면들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