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때문에 이탈리아가 몸서리치고 있다. 3월 5일 이탈리아 전국에 휴교령이 내려졌고 4일 뒤부터는 전국에 적색경보가 내려지면서 영화관을 비롯한 모든 상업 활동과 야외 활동이 중단됐다. 이탈리아 박스오피스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진 이유다. 외출 통제령과 동시에 로마 시내 거리는 말 그대로 텅 비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길을 경호원도 없이 걸으며 기도했다. 한 노인은 외출 금지령으로 인해 2층 창문에서 줄을 내려 반려견을 산책시키기도 했다. 감옥에 있는 죄수들의 외부인 면담이 중단되면서 탈출을 시도한 죄수들이 붙잡혀 죽기도 했다. 연일 5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오면서 신문 부고란은 10페이지 이상 사망자 이름으로 빼곡 채워지고, 화장터는 만원이라 시신은 화장을 위해 대기 중이다.
코로나19 시대에 집에서만 생활해야 하는 이탈리아인들에게 공동의 작업 또는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몸부림은 예술인들의 소식으로 전달된다. 오후 6시에는 음악을 크게 틀거나 창문 밖을 보며 노래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 플래시몹으로 서로를 위안한다. 함께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된다. 코로나19 시대의 이탈리아 영화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가브리엘레 살바토레 감독은 스마트폰을 이용한 영상 일기를 준비 중이다. 2014년 <이탈리아 인 어 데이>를 제작한 감독은 2013년 10월 26일 하루 동안 이탈리아 사람들이 본 이탈리아 이야기를 영화로 제작해 화제를 모았다. 살바토레 감독은 일반인들의 영상 일기를 담은 <이탈리아 여행> 다큐멘터리 필름을 제작 중이다. 가브리엘레 무치노 감독은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자가격리 이야기를 수집하고 있으며 ‘지역과 거리를 뛰어넘어 모든 사람이 다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기획 중이라고 한다. 또한 한 공연예술 기획단은 집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사람들의 생존을 담는 다큐멘터리 <전부 집에 있어>를 제작 중이다. 이외에도 볼로냐의 인류학자들은 <자가격리 프로젝트>라는 다큐멘터리 필름 제작에 돌입했다. 자가격리 상황에서 벌어지는 심리적 불안, 장애, 느낌, 이로 인한 생각과 행동을 담을 계획이다. 미르 영화 제작소는 밀라노의 코로나19 상황을 담은 <인스턴트 코로나>(Instant Corona)를 제작중이다. 밀라노의 상황을 전달하고 기록할 수 있는 감독, 필름메이커, 작가, 미술가 등 모든 예술가들의 참여가 가능하다.
이탈리아 정부는 코로나19 주택담보대출 상환 유예, 소상공인 지원 대책 등을 연일 발표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공연과 영화 부문에는 1억 3천만 유로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의 어려움은 유럽 각지와 미국 등 전세계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함께 힘을 쏟고, 이런 모습을 영화로 제작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