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최유리 아워스 실장 - 영화에 홀린 마케터
2020-04-20
글 : 배동미
사진 : 최성열

중년 여성 영분(정은경)은 어릴 때 두고 떠난 딸 한희(장선)가 운영하는 필라테스 스튜디오를 충동적으로 찾아간다. 그러곤 차마 자신을 엄마라고 밝히지 못하고 필라테스 회원권만 끊는다. 사정을 모르는 한희는 영분의 팔을 잡으며 같이 운동하자며 웃는다. 따라 웃는 영분에게 무언가 씁쓸함이 남는다. 엄마와 딸. 어쩌면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연결고리. <바람의 언덕>의 포스터는 영화의 시작처럼 한없이 밝게 웃는 딸과 미묘한 표정이 걸린 엄마가 서로 몸을 포갠 모습이다. 포스터에 “엄마와 딸의 인생이 만나는 <바람의 언덕>”이라는 카피를 쓴 최유리 아워스 실장은 “엄마와 딸 사이지만 각각의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인데 관객이 포스터를 봤을 때 엄마와 딸인지 모호할 수 있어서 쓴 카피”라고 설명했다.

10년차 영화 마케터 최유리 실장은 <바람의 언덕>이 어떻게 탄생을 준비하게 됐는지부터 시작해서 전 과정을 지켜보았다. 박석영 감독의 전작 <재꽃>으로 두터운 신뢰를 쌓았기 때문이다. “<재꽃>의 홍보 예산이 작았지만 위축되지 않고 하나하나 세심하게 세팅했다. 독립영화에 관심이 많은 봉준호 감독에게 <재꽃> 관람을 부탁드렸는데 감독님이 좋아하셔서 GV(관객과의 대화)도 해주셨다.” 알고 보면 배우 박명훈이 <기생충>의 지하실에서 광기어린 연기를 펼칠 수 있었던 건 <재꽃> 덕분이고, 최유리 실장이 영화의 미덕을 알리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 덕분이었다.

<완득이>를 홍보하면서 영화 마케터로서 인생을 시작한 그는 “엔딩크레딧에 내 이름이 들어간 게 너무 신기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연출한 단편영화 다섯편을 “하드디스크에 담아둔” 영화과 출신이다. 제작진의 마음을 알기에 “개봉이 정해지면 그 영화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또 첫 홍보 전략을 짜기 전까지는 다섯번 넘게 시나리오를 읽고 영화를 본다.

“영화 안에 모든 소스가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예고편, 스틸사진 등을 공개할 때마다 “신별로 영화를 계속 본다”는 그는 누구보다 세심하게 홍보 문구를 작성하고 또 다듬는다. 마침내 “생일처럼 개봉날이 오면 막상 아쉬움은 없다”고 한다. 다만 “드디어 했다”는 생각만 든단다. 오롯이 진심을 다해 한 과정을 완주한 이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 아닐까. <바람의 언덕> 다음으로 그가 마음을 내어줄 영화는 셀린 시아마 감독의 <톰보이>다. 가까이에서 본 그는 벌써 영화에 홀딱 빠져 있었다.

That's it

e북 리더기와 머리끈

“영화를 홍보할 때는 비슷한 내용의 책을 찾아본다. 카피, 기획안, 보도자료를 쓸 때 사용할 문장을 수집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책을 많이 읽는 편이다. 활자 중독처럼 e북 리더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일주일에 2권 정도 본다. 일을 해야 한다 싶으면 머리를 묶어야 해서 머리끈은 늘 손목에 끼우고 다닌다.”

Filmography

2020 <바람의 언덕> 2020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2019 <우리집> 2019 <항거: 유관순 이야기> 2018 <소공녀> 2017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2017 <재꽃> 2016 <우리들> 2016 <자백> 2015 <위로공단> 2014 <마미>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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