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사냥의 시간' 범민 그라피티 아티스트 - 그라피티로 그린 디스토피아
2020-05-11
글 : 조현나
사진 : 오계옥

장호(안재홍)와 기훈(최우식)의 차가 도심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며 영화가 시작된다. 그들 앞으로 황폐한 디스토피아가 펼쳐지고, 두 사람의 시선은 시위대를 지나 벽면 가득한 그라피티로 향한다. 이윽고 검은색 후드점퍼를 뒤집어쓴 채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사냥의 시간> 그라피티를 총괄한 범민 작가다. 해당 작업은 범민 작가의 영화 속 첫 그라피티이자 유일하게 자신의 이름을 디자인해 넣은 작품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으며 범민 작가는 그라피티가 <사냥의 시간>에서 “미장센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맡았음을 깨달았다. 이후 “근미래 한국의 암울한 현실 속에서 사람들이 어떤 심정으로 그라피티를 그렸을지”에 초점을 맞춰 작업을 진행했다. 그에 따라 “밝기보단 어둡게, 퀄리티 있는 작품보단 불만이 담긴 낙서”처럼 보이게끔 했다. 편할수록 깔끔하게 그리는 습관이 나오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불편하고 정신없는 상태에서 작업하려 노력했다”. 고층 빌딩의 그라피티부터 책상 위 작은 낙서까지, 범민 작가는 6개월 동안 1천여점에 이르는 작품 대부분을 혼자서 작업했다. “화면에 등장한 건 전체 작업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가장 힘들었던 작업은 인물들의 본거지인 ‘낙원 자전거’ 가게. “어느 부분이 어떻게 촬영될지 알 수 없어서 한 블록에 전부 그라피티를 그려 넣어야 했다.” 그에게 <사냥의 시간>은 여러 장소에서 다양한 스타일을 구사해야 했다는 점에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작품이었다. 국민대에서 도자공예를 전공한 범민 작가는 장시간 공을 들여야 하는 도자기보다 결과물이 바로 도출되는 그림을 더 선호했다. 그중 “누르면 바로 발사된다는 직관성을 지닌” 스프레이의 재료적 특성에 반해 그라피티를 시작했다. 일은 고되지만 작업을 마무리한 후 느끼는 뿌듯함이 그의 원동력이다. 20년간 한길을 걸어왔음에도 범민 작가는 다음 작업이 기대된다. “그리는 행위는 반복되지만 그리는 장소와 결과물이 매번 다른 그라피티”의 매력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그라피티의 범위를 확장하기 위해 자신이 만든 ‘헬로우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릴 수 있는 대상은 다 그려보고 싶다“는 그에게 세상은 화폭이자 화폭에 담을 피사체들의 흥미로운 집합이다.

That's it

범민 스프레이

“시중의 외국 제품들이 너무 비싸서 공장에 의뢰해 제작했고 현재 판매도 한다. 커버력, 착색력이 좋고 내가 사용하니 다른 아티스트들도 전부 믿고 사용한다. <사냥의 시간> 속 그라피티도 전부 이 스프레이로 작업했다.”

Filmography

영화 참여

2020 <사냥의 시간> 2010 <초능력자> 2004 <S다이어리>

그라피티 협업

2019 광주디자인비엔날레 2018 불가리 프레스 프레젠테이션 2016 현대카드 ‘바이닐 & 플라스틱’ 2012 NIKE 그라피티 아트워크 2009 제3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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