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박지성 선수처럼 뛰어난 스포츠 ‘천재’들이 두각을 나타내던 시기에 초등학생 자녀를 둔 중산층 부모들에게서 들은 말은 이랬다. 공부가 답이 아니며, 아이가 ‘특출난’ 재능을 보이는 분야를 놓치지 않고 포착하기 위해, ‘여러’ 종목의 운동과 예술을 고르게 시켜본다고. 초등학생 때 이 과정이 집중되는 이유는 이른바 ‘엘리트 교육’을 일찍 시작하기 위해서다. 모든 걸 일찍, 선행학습시켜 앞서가게 하자는 믿음은 한국 사교육의 종교다. 하지만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은 전문가로서의 길을 일찌감치 선택한 사람보다 제너럴리스트로 살다가 자신의 일을 새롭게 찾아내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을 다룬다. 천재성에 엄격한 조기교육을 더한 타이거 우즈와 대비되는 비교항으로 테니스 선수인 페더러의 예를 든 것을 포함해, 저자 데이비드 엡스타인은 ‘한우물만 파는’ 삶이 아닌, 가능한 한 여러 가지를 ‘일단 해보는’ 삶이 제법 효과적일 수 있음을 여러 사례를 통해 입증하고자 한다. 정신과 의사로 베스트셀러 저자이기도 했던 사람은 불교에 귀의했고, 증권회사 기술 관리자였던 사람은 조직 개발 코치가 되었다. 100살까지 사는 시대가 되었다는 점은 이런 주장을 더 솔깃하게 만든다. 일 선호도와 삶 선호도는 삶의 궤적에 따라 변화해간다. 일을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은 전문가를 (수직적) 깊이를 갖춘 사람으로, 제너럴리스트 혹은 여러 분야를 경험한 사람을 수평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만일 수술을 받아야 한다면 수술 경험이 많고 수술진 구성원이 동일한 의사를 찾는 게 압도적으로 유리하지만, 경로가 불분명한 많은 경우는 그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 직업의 미래에 대한 근심걱정이 있는 이들에게 무척 희망찬 독서 경험을 제공하는(미국 사례를 주로 다룬다는 점을 명심하고 읽을 것) 이 책에서 중요한 사실은, 전문가는 때로 예측 능력이 엉망(전문 분야, 경력, 학위와 무관하게 장단기 예측 모두 안 좋았다)인 경향이 있으며 자신의 판단에 전반적인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커리어를 극적으로 바꿔 성공한 사례 중 다수는 큰 불만족, 때로는 큰 불행으로 인해 이전의 활동을 지속할 수 없을 때 새로운 시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버티기’를 잘하는 사람은 당장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지만 혁신할 수 없으며,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