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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인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2020-06-09
글 : 유선주 (칼럼니스트)

‘꼰대’는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남에게 강요하는 사람을 말한단다. 어째서 강요할까? 자신의 경험과 지혜를 널리 나누고 싶은 욕망을 참지 못하는 걸까? 서열에 민감해 자신보다 높은 사람 앞에서 수그러드는 욕망은 답이 되지 못한다. MBC 드라마 <꼰대인턴>은 라면회사 ‘옹골’의 부장 이만식(김응수)의 아침 출근길을 통해 꼰대의 발언이 작동하는 심리적 맥락을 덧붙인다. 지하철에서 졸고 있던 청년을 호통쳐 일으켜 세웠던 만식은 청년이 몇 걸음 걷지 못하고 기절하자 “네가 이러면 내가 뭐가 돼”냐고 책망하고 큰소리로 혼잣말을 한다.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고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다는 확신을 구하려 ‘요즘 것들’을 탓하는 상사가 있는 회사. 누군가에겐 지옥일 테다.

‘엔젤’ 혹은 ‘요정’으로 불리는 또 다른 상사가 있다. ‘회식도 업무의 연장’이라는 말을 지겹게 들었던 그는 자신이 상사가 되면 반드시 근무시간에 회식을 하리라 결심하고 실천한다. 부서원들을 오후 6시 정시 퇴근시킨 그의 혼잣말은 이렇다. “오늘도 직원들의 저녁이 있는 삶을 챙겼군.” 옹골의 인턴 시절, 조직을 대리해 정신적, 신체적 폭력을 가하던 이만식 부장을 견디다 못해 회사를 뛰쳐나온 가열찬(박해진)은 ‘준수식품’에 입사해 5년 만에 부장 직함을 달았다. 명예퇴직당한 만식이 준수식품에 시니어 인턴으로 재취업하기 전까지, 열찬은 자신의 평판과 능력을 흡족해하며 살아왔다. ‘가부장’이 된 그는 인턴 만식이 눈엣가시다.

‘통쾌한 갑을 체인지 복수극’으로 홍보하지만, <꼰대인턴>은 이를 쉽게 다루지 않는다. 열찬에게는 지옥 같던 시절의 트라우마가 남아 있고, 만식 같은 사람이 되지 않으려 자신의 원칙과 싸우는 갈등 상황에 놓인다. 기회와 인정을 갈구하는 인턴의 처지가 된 만식 역시, 남 탓과 책임 떠넘기기가 몸에 밴 스스로와 싸워야 한다. 내게 유리한 쪽으로 흐르는 생각을 다잡는 것,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꼰대로 가는 큰길에 샛길을 낸다.

VIEWPOINT

웨이브 <꼰대인턴> 1회 화면 캡처

신문의 예언

아침 출근길, 라면회사 옹골의 부장 이만식(김응수)이 말아 쥔 신문에는 ‘꼰대 자가진단 체크 리스트’가 실려 있다.‘내 불만을 남의 불만처럼 포장해 전달한다.’‘후배의 SNS를 보면서 어느 순간 평가하고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등 20개의 설문 중, 만식은 19개를 체크했다. 신문이 접혀 있는 바람에, 만식에게 해당하는 결과가 보이지 않아 인터넷에서 해당 설문을 찾아보았다. 17개에서 20개는 ‘후배 퇴사’란다. 정말 그렇게 되었다(사진출처 웨이브 <꼰대인턴> 1회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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