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사라진 시간' 많은 영화에서 배우로 활동해온 정진영의 첫 장편 연출작
2020-06-16
글 : 김성훈

초등학교 교사 수혁(배수빈)은 그의 아내 이영(차수연)과 함께 한적한 도시의 시골 마을에 부임한다. 수혁과 이영 부부는 서로를 아끼고 전원생활의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며 행복하게 살아간다. 그들에게는 남들에게 말 못할 비밀이 하나 있다. 마을에 사는 학부형 해균(정해균)이 우연히 부부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이상한 일들이 연달아 벌어진다. 어느 날, 수혁과 이영 부부가 의문의 화재 사고로 사망하고, 형사 형구(조진웅)가 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마을에 등장한다. 마을 사람들을 수사하다가 그는 하루아침에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뒤바뀌는 상황에 빠진다.

<사라진 시간>은 이상한 에너지가 가득한 영화다. 수혁과 이영 부부의 사연으로 시작된 서사는 영화가 시작된 후 한참 뒤에 등장하는 주인공 형구로 이동해 전개된다. 이 영화는 미스터리 장르의 외양을 띠고있지만, 형구의 삶이 갑자기 사라진 원인을 찾는 데는 큰 관심이 없다. 오히려 카메라는 형구가 잃어버린 자신의 기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괴로워하며, 자신이 누구였는지를 고민하는 과정을 자유롭게 따라가며 담아낸다.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지만 영화는 능청스럽게, 또 노련하게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여 장르에 대한 편견을 무장해제시킨다. 시퀀스마다 사건이 어디로 튈지 몰라 매력적이다. <왕의 남자> <7번방의 선물> <풀잎들>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사바하> 등 많은 영화에서 배우로 활동해온 정진영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