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에서 꿈꾸는 집>(2013), <영원한 거주자>(2015) 등 분단과 경계를 주제로 다큐멘터리 작업을 해온 김량 감독이 이번엔 실향민 1세대인 아버지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는다. 아버지의 고향은 함경남도 단천군 여해진의 바닷가 마을. 아버지는 한국전쟁 이후 가족을 고향에 두고 홀로 남으로 내려와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렸다. 전쟁의 상처와 이산의 아픔을 가슴속에 꽁꽁 묻어두고 혼자서 슬픔을 감내하며 살아온 아버지는 점점 웃음을 잃어갔고, 그런 아버지가 파킨슨병으로 거동이 불편해지자 감독은 아버지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질문을 던져본다. 그리고 아버지와 비슷한 처지의 실향민들, 분단으로 ‘가족권’을 박탈당한 실향민들을 만난다. “상상조차 금지되었던 공간”을 고향으로 둔 이들은 모두 “고향을 향한 그리움은 귀소본능”과도 같은 것임을 보여준다.
영화는 실향민 2세대와 3세대의 이야기도 함께 전한다. 아버지의 세대를 이해하는 것이 벅찬 자식 제대는 김량 감독이 그러한 것처럼 이해와 원망 사이에서 혼란의 시간을 보낸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올해로 70년. 더이상 분단이 불편하지 않은 세대에게 이산가족 문제가 점점 관심 밖의 문제로 치부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분단과 이산이라는 거창한 주제를 다루지만 사적 다큐멘터리의 쉽고 솔직한 화법이 영화를 무겁지 않고 담백하게 만든다. 2017년 통일부 영화제작지원 공모 대상 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