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소녀> 수인(이주영)의 곁엔 방글(주해은)이 있다. 아이돌이 되겠다며 저녁마다 춤을 배우는 그는 최초의 여성 프로야구 선수를 꿈꾸는 수인의 친구이자 조언자, 멀게만 보이는 내일을 향해 함께 걷는 듬직한 동반자다. 무심한 듯 너그럽게 위로를 건네는 방글을 연기한 이는 <스윙키즈>에서 병삼(오정세)의 아내 매화로 나와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 주해은. 그는 지난 월 <씨네21>이 만난 1990년대생 영화인 50명 가운데 한명이기도 하다. 어느덧 데뷔 4년차, 배우 주해은은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매해 성실히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신인답게 두달 만에 ‘작품으로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지켰다.
-지난 4월 <씨네21> 창간 25주년 특집 ‘1990년대생 영화인 50명을 만나다’ 인터뷰에 참여했다. <야구소녀> 개봉과 함께 두달여 만에 다시 보게 되었다.
=그 기사를 인스타그램에 올렸더니 디엠(DM)이 많이 왔다. (웃음) 친구들은 “배우다 배우!”라며 응원해줬고, 선배님들은 인터뷰에서 한 다짐을 꼭 지키기 바란다고 격려해주셨다.
-인생 첫 인터뷰는 2013년 <대학내일> 표지 모델로 진행한 인터뷰일 테다. 당시 본명 박소영으로 나왔던데, 주해은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갖게 되었나.
=처음엔 어머니 성을 따서 정소영이라는 이름을 쓸까 했는데, 한 친구가 그보다 주씨 성이 잘 어울린다고 해줬다. 작명소에서는 주씨 성을 쓰려면 새 이름을 붙이는 게 낫다고 해서 두루 주에 웃을 해, 웃을 은을 써서 단순하지만 좋은 뜻의 활동명을 지었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던 중 연극영화과 수업을 듣고 연기를 시작했다.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가 궁금하다.
=연극치료 과목을 들으며 처음으로 무대에서 핀 조명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우는 연기를 했는데 두렵지도, 떨리지도 않고 개운하더라. 연기를 직접 하면서 치유받는 느낌이 들어 재밌었다. 그때부터 연기를 더 해보고 싶어졌다.
-공교롭게도 연이어 몸을 움직여 능력을 펼치는 고등학생 역을 맡았다. <땐뽀걸즈>에서는 댄스스포츠 부원 나영, <하자있는 인간들>에서는 육상부원 주희, <야구소녀>에서는 가수가 되고 싶은 댄스학원 수강생 방글을 연기했다.
=<야구소녀> 오디션을 볼 때 <땐뽀걸즈>를 촬영 중이었는데, 감독님에게 한창 춤 연습 중이라 몸이 열려 있다고 말씀드렸다. (웃음) <땐뽀걸즈>에서는 예쁘게 과시적으로 추고 싶어 하는 캐릭터를 살려 웨이브에 신경을 많이 썼고, <야구소녀>의 방글이는 춤을 잘 추기보다 열심히 하려는 인물이라 정박으로 정확한 동작을 하려고 노력했다.
-<야구소녀>의 방글은 기타를 치다가 춤을 추게 된 인물로 보이던데.
=방글이는 최윤태 감독님이 다른 작품으로 준비하던 캐릭터인데, 현실의 벽을 느끼며 꿈을 꾸는 맥락이 수인과 통해서 <야구소녀>에 삽입되었다. 방글이는 어쿠스틱기타를 치는 게 좋아서 음악을 시작했는데, 계속 음악을 하려면 아이돌이 되어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춤을 배우는 아이다. 뭐라도 해보겠다고 열심히 춤을 배우는 것이다. 내가 고등학생이었어도 그랬을 것 같다. (웃음)
-방글은 왜 갑자기 춤을 추냐는 수인에게 ‘네가 오디션의 세계를 아냐’며 받아친다. 주해은 배우도 여러 오디션을 거쳤을 테다.
=오디션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는 일도 더 크고 아프게 느껴지더라. 간절하기 때문에. 방글이도 그런 경험이 있으니 기대가 크면 아픔도 클 거라고 트라이아웃을 앞둔 수인에게 얘기해주는 것 같다.
-그럼에도 앞으로 배우로서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요즘 부쩍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다. 지금까지는 내 선택에 책임을 지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현장에 적응하고,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이제부터는 진짜 주해은만의 색깔을 가져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자유롭게 연기하되 배우로서 책임감을 갖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