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소리꾼' 한 남자가 아내를 찾는 긴 여정을 판소리로 풀어내는 뮤지컬영화이자 로드무비
2020-06-30
글 : 김성훈

관리들의 가렴주구는 극에 달하고, 탐관오리의 횡포가 극심하던 조선 영조 10년. 학규(이봉근)는 아내 간난(이유리), 딸 청이(김하연)와 함께 오손도손 살아가는 소리꾼이다. 그는 단짝인 고수 대봉(박철민)과 함께 잔칫집과 장을 돌며 소리를 한다. 어느 날, 간난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무리에 납치당한다. 학규는 사라진 아내를 찾기 위해 청이, 대봉과 함께 길을 나선다. 학규는 몰락한 양반(김동완), 스님 등 전국 곳곳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광대패를 이룬다. 아내를 찾기 위해 스스로 지어낸 <심청가>에 곡조를 붙여 부르고, 민심을 흔들기 시작한다.

<소리꾼>은 학규가 아내를 찾는 긴 여정을 판소리로 풀어내는 뮤지컬영화이자 로드무비다. 임권택 감독의 판소리영화 <춘향뎐>(2000)이 그렇듯이 이 영화 또한 판소리가 사건과 인물의 감정을 설명하는 화자 역할을 한다. “갈까부다 갈까부다 내님따라 갈까부다” 같은, 이야기 곳곳에서 학규가 부르는 소리는 사건의 흐름을 정리하는 동시에 아내를 찾는 남편의 절절한 심경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특히 영화 속 이야기로 등장하는 <심청가>는 학규의 여정에 따라 완성되는데, 영화의 후반부에서 학규를 연기한 명창 이봉근이 열창한 <심청가>는 꾹 막혀 있던 민심의 응어리를 한순간에 무장해제시킬 만큼 간절하다. 권선징악을 그려내는 이야기가 예상 가능하고, 김준(김민준)을 포함해 탐관오리와의 갈등 구도가 헐거운 탓에 긴장감이 떨어지고 진부하다. 그나마 이봉근의 소리를 듣는 즐거움은 있다. <소리꾼>은 <두레소리>(2012), <귀향>(2015)을 연출한 조정래 감독의 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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