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중 일곱이다.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O.S.T 전체 트랙 중 피아노 음악이 차지하는 곡 수 말이다. 수프얀 스티븐스의 오리지널 송이나 80년대 신스팝이 주요 장면에서 워낙 강렬하게 쓰인 탓일까. 3분의 1이 넘는 비중이어도 관객의 기억에서 영화 속 피아노곡은 뒤로 밀려나 있다. 주인공 엘리오(티모시 샬라메)가 음악도이기에 등장한 거라 생각하고 말기에는 피아노의 활약이 그 어떤 영화보다 큰 작품이 바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다.
감독과 음악감독은 이 영화에 삽입되는 연주곡 넘버를 모두 피아노곡으로만 채웠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M.A.Y. in the Backyard>에 첼로가 등장하지만 이 역시 피아노가 중심인 곡이다. 왜일까. 금속 현을 해머로 두드려서 내는 피아노 소리는 대표적인 차가운 사운드로 이 영화의 뜨거운 여름의 이미지와는 대조되는 것이다. 이글거리는 화면 위에 홀로 존재하는 피아노사운드는 고유의 청량함을 극대화하여 뽐내는 동시에 영화의 온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편성 역시 암시하는 바가 크다. 청각만으로는 인지하기 쉽지 않지만 이 영화에는 두명의 연주자가 함께 치는 흔치 않은 편성의 ‘피아노 듀엣’곡이 두곡 들어 있다. 오프닝 타이틀에 등장하는 존 애덤스의 <Hallelujah Junction Part.1>이 그중 하나로, 시작부터 ‘이 이야기는 두 사람의 격정 드라마’임을 예고하고 있다. 짧고 리드미컬한 모티브를 빠르게 주고받는 연주는 마치 한 사람이 말한 바를 바로 옆 사람이 이어받는 것처럼 들린다. “네 이름으로 날 불러줘. 난 내 이름으로 널 부를게.”
에릭 사티, 모리스 라벨과 같이 20세기 초 프랑스 인상주의 작곡가들의 음악을 일관되게 고른 것도 영화 특유의 낭만적이면서 몽환적인 무드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재개봉을 맞아 일곱 트랙의 피아노곡만을 따로 모아 들어보는 건 어떨까. ‘한여름 밤의 꿈’ 같은 사랑 이야기가 그 안에 담겨 있다.
PLAYLIST++
루카스 유센 & 아르투르 유센 《Jeux》
네덜란드의 형제 피아니스트 루카스 유센, 아르투르 유센이 함께 연주한 피아노 듀엣곡 앨범. 본 영화에 삽입된 모리스 라벨의 <Le jardin feerique>를 포함해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곡가 가브리엘 포레와 프랑시스 풀랑크의 음악까지, 투 피아노(Two Pianos) 편성이면서 프랑스 인상주의 고유의 정서를 담고 있는 음악들을 모아놨다.
존 애덤스 O.S.T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과 존 애덤스의 만남은 이전에도 있었다. 감독의 2009년작 <아이 엠 러브>에서 존 애덤스는 음악을 전담해 이글대는 여름 풍경, 격정의 사랑을 현란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표현했다. 현대음악 입문을 위한 통로로 삼아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