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유]
'불량한 가족' 박초롱 -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2020-07-07
글 : 남선우
사진 : 백종헌

“저도 제 진짜 성격을 잘 모르겠어요!” 어릴 적 어른들에게 인사도 잘 못할 정도로 수줍었다던 배우 박초롱에게 어떻게 에이핑크로 데뷔하고 배우로 활동할 수 있었는지 묻자 이런 대답이 나왔다. 조용한 일상을 보내다가도 수학여행과 축제 무대에 빠지지 않았고, 합기도 시범을 척척 보였던 학창 시절을 되새긴 그는 춤과 운동으로 억눌려 있던 자신을 표현한 것 같다는 답변을 덧붙이고 활짝 웃었다. 모른다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고, 곰곰이 생각한 끝에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에게서 10년차 걸그룹 리더의 단단함이 느껴졌다. <불량한 가족>에서 고등학생 유리 역으로 처음 스크린에 들어선 소회를 전하면서도 그는 차분하고 당당했다. 휩쓸리지 않고, 조금씩 천천히 나아가겠다는 다짐이 믿음직스럽다.

-영화는 처음이지만 배우로 첫선을 보이는 건 아니다. 10년 전에 시트콤 <몽땅 내 사랑>으로 연기를 시작했고, 3~4년에 한번씩 작품 활동을 했다.

=그동안 에이핑크가 먼저라는 생각에 연기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기회가 올 때마다 최선을 다했지만 항상 그룹 활동이 바쁠 때 촬영하다 보니 내 연기에 아쉬운 점도 많았다.

-처음 참여한 영화 현장은 어땠나.

=영화는 훨씬 긴 호흡으로 감정을 끌고 가야 해서 걱정이 많았다. 고등학생으로 돌아간다고, 유리로 살아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지더라. (웃음) 박원상 선배님과 촬영에 들어 가기 전에 충분한 대화를 나누며 도움을 많이 받았다.

-유리는 아빠에겐 감정을 잘 드러내지 못하고, 처음 만난 친구들과는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적극적인 표현을 잘 하지 않는 인물인데 어떻게 이해하고 준비했나.

=유리는 혼자서 모든 걸 감당하려는 아이다.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해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자기 할 일을 하지 않나. 그 와중에 자기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주는 친구가 나타나니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라고 봤다. 조금씩 세세하게 표현을 늘려가려고 신경썼다.

-첫 영화를 마친 소감이 궁금하다.

=내가 생각한 유리의 모습에 집중해서 촬영을 마쳤다는 것에 우선 만족한다. 즉각적인 평가와 반응에 휘둘리기보다는 내가 고칠 점을 유심히 보며 ‘다음에는 다른 시도를 해보자’라고 생각하려고 노력 중이다, 쉽지는 않지만. (웃음)

-영화를 보며 박초롱 배우의 목소리에 다시 한번 반했다. 가늘고 고운 소리를 가졌는데, 그래서 더 집중하게 만든다. 혹시 다양한 캐릭터를 표현함에 있어 한계라고 느낀 적은 없나.

=목소리는 나만의 본성이자 색깔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다르게 내려고 하면 나도 어색하고 듣는 분들도 어색할 것 같다. 아직 목소리를 다르게 내야 할 만큼 극단적인 캐릭터를 못 만났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배우 박초롱의 매력은 예쁜 목소리 이면의 모습을 보여줄 때 나오지 않나 싶다. <아홉수 소년>의 수아가 그랬다. 남자친구 앞에서는 여리고 청순한 척하면서 친구들 앞에서는 거침없이 행동하는 모습에서 쾌감이 느껴졌다.

=수아는 극과 극의 모습을 보여줘야 했던 캐릭터라 어려웠다. 그래도 얌전한 캐릭터만 소화하다가 거침없이 내뱉는 역할을 하니 재밌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게, 현장에서 조용하던 내가 눈 딱 감고 욕을 하니 감독님과 배우들이 모두 빵 터졌다. 더 센 역할을 해봐도 재밌겠구나 하고 그때 느꼈다.

-액션 연기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합기도 유단자라 충분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다.

=운동을 해서 몸 쓰는 게 두렵지 않다. 차분한 성격 때문인지 어릴 때부터 성룡, 실베스터 스탤론, 안젤리나 졸리의 영화를 보면서 강인한 캐릭터를 동경했다.

-꼭 기회가 오길 바란다. 앞으로 더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에이핑크를 유지하면서 배우로서 자주 인사를 드리고 싶다. 당장 큰 역할에 대한 욕심은 없다. 조금씩 배우며 차근차근 해나가고 싶은 마음에 연기 레슨도 기초부터 받는 중이다. 어떤 역할이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연기를 하고 싶다.

영화 2020 <불량한 가족> 드라마 2017 <로맨스 특별법> 2014 <아홉수 소년> 2010 <몽땅 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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