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의 인기 칼럼 ‘정종화의 충무로 클래식’을 연재하는 영화학자 정종화의 책 <조선영화라는 근대>가 출간되었다. 현재 한국영상자료원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기도 한 저자는 <조선영화라는 근대>에서 식민지 시기 조선영화를 중심으로, 1901년에서 1945년까지 한국의 근대 영화역사를 정리했다. 일제강점기의 대중문화를 지금 평가할 때 항일 혹은 친일이라는 기준만이 사용되기 쉬운데, 이 책에서는 조선영화와 일본영화의 관계성을 중심에 두고 미적 맥락 읽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것은 한국영화인가 혹은 한국영화가 아닌가 하는, 이 책이 던지는 묵직한 질문을 관통하는 여러 영화들은 관람이 불가능한 작품도 많기 때문에 정종화 연구자의 글이 더 귀할 수밖에 없다. 일제시대에서도 전시체제기에 해당하는 1940년대부터의 영화는 그 이전과 다른 양상을 띠는데, 이는 배묘정의 <정치의 가극화, 가극의 정치화> 같은 연구서와 비교해도 흥미롭다. 공연과 영화 같은 창작집단과 자본이 필요한 예술 형태가 어떤 부침을 겪는지 말이다.
데뷔작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로 26살에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스티븐 소더버그 인터뷰집 <스티븐 소더버그: 인터뷰>가 처음 출간된 시기는 <에린 브로코비치>와 <트래픽>을 발표한 직후였다. 벌써 20여년 전이다. 이 책에서는 비교적 최근의 인터뷰를 추가로 싣고 있긴 하지만, <오션스 일레븐>(코로나19 이후에는 <컨테이젼>이 추가되었을 가능성이 높다)으로 소더버그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이 책에서 다루는 영화 이야기는 어쩐지 멀고 먼 인상일 듯하다. 살아 있는 사람은 명성의 파고를 끊임없이 오르내리기 때문에, 분석을 ‘마치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이 책의 자세한 연보와, 그가 국제적인 명성을 얻으며 커리어를 시작해 지금까지 영화를 만들어온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1987년 초에) 나는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의 남편과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었어요…. 그게 심각한 문제였던 것이, 내가 진짜로 불행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는 “어떤 포르노를 보시나요?” 같은 질문이 있는가 하면, 하비 웨인스타인에 대한 소더버그의 간단한 논평도 들을 수 있다. “남들을 밀어내면서 자신만 나아질 수는 없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