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씨네21> 영화평론상 공모전 심사가 마무리되었다. 총 117편의 응모작이 접수된 올해의 공모전은 최근 몇년간을 통틀어 가장 많은 수의 응모작을 기록했으며, 지원작의 수준 또한 상향평준화돼 수상작을 정하기까지 심사위원들의 고민이 깊었다. 장문의 영화글을 볼 수 있는 지면마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시대, 영화가 남겨놓은 질문에 시간과 공을 들여 응답하고자 하는 마음만큼은 결코 지지 않는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제25회 <씨네21> 영화평론상은 내부 구성원들에게도 유의미한 자극을 주었다. 지원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
올해 영화평론상의 예심, 본심 심사에 참여하며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생각했던 경향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싶다. 예년에 비해 올해의 응모작에는 영화라는 매체 자체의 존재 이유를 되묻고 영화의 경계와 한계를 탐구하는 글들이 적지 않았다. 코로나19 이후 더욱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매체 환경이 신진 평자들에게 새로운 과제를 안겨준 듯하다. 자기만의 색깔과 개성을 겸비한 신진 감독들이 한국영화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던 2019년의 영향 덕분인지 이창동, 홍상수 등 영화평론상 지원자들이 전통적으로 선호했던 작가 감독들에 관한 응모작이 줄어든 대신 <아워 바디> <작은 빛> 등 신인감독의 작품에 주목한 글이 눈에 띄었다. 지원자들의 글에서 가장 많이 거론된 한국 감독은 봉준호이며, <기생충>을 평론의 주요 소재로 다룬 글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나 기성 매체들이 미처 주목하지 못한 새로운 질문과 담론을 제시하는 글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점이 아쉬웠다.
김소희, 장병원 평론가 등 외부 심사위원들이 6년 만에 참여한 영화평론상 본심 심사에서는 안정감과 가능성이라는 두 가지 상충되는 기준이 심사위원들을 고심케 했다. 장시간의 토론 끝에 올해의 심사위원단은 미지의 가능성을 지지하기로 뜻을 모았다. 최우수상, 우수상을 수상한 김철홍, 오진우씨의 글은 완벽하진 않지만 참신한 의제와 독특한 개성을 겸비하고 있다(자세한 심사평과 수상작은 51쪽부터 이어지는 기획기사에 실었다). 풍부한 이론적 지식과 높은 완결성을 자랑하는 응모작들 사이에서 이 두 필자의 글을 최종적으로 선택한 건 기존의 형식과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각자에게 강렬한 감흥을 준 어떤 질문에 대해 끈기 있게 파고드는 집요함이 지금의 평단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허점이 많아도 응답하고 싶어지는 글, 어떤 식으로든 다음 대답을 이어나가고 싶게 만드는 글, 좋은 의미에서 싸우고 싶은, 구경거리가 많은 글”을 쓰고 싶다는 김철홍씨의 수상 소감처럼, 앞으로 <씨네21> 지면을 통해 활동하게 될 두 필자가 영화에 대한 더 많은 질문을 가능케 하기를, 그리하여 영화평론의 저변을 넓혀주길 기대한다. 더불어 올해 아쉽게 수상권에 들지 못한 분들도 <씨네21>의 선택이 정답은 아님을 염두에 두시길 바라며, 앞으로도 영화에 대한 애정어린 탐색을 멈추지 마시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