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3개월 넘게 셔터를 내렸던 프랑스 영화관이 지난 6월 22일 대대적인 관객맞이에 들어갔다. 이 역사적인 날에 동참하기 위해 영화 전문 채널 <카날플뤼스>는 하루 종일 영화를 단 한편도 상영하지 않았다. 1984년 창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긴장했던 첫주 성적은 관객 85만명에서 100만명 사이. 예전의 6월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스코어지만 재개관 첫주 성적으로는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개봉 첫주와 둘쨋주 관객 몰이에 성공한 작품들은 3월에 개봉했다 다시 극장을 찾은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3월 11일 개봉했던 마틴 프로보스트 감독의 페미니스트 코미디 <훌륭한 부인들>은 6월 22일에서 30일 사이 12만5217명의 관객을, 샤를 드골의 전기영화 <드골>은 9만6030명의 관객을 불러모았다. 참고로 이 두 작품은 첫 개봉 당시 각각 17만1천명(3월 11~16일)과 59만5197명의 관객(3월4~16일)을 동원했다. 이중에서도 흥행 선두에 나선 <훌륭한 부인들>은 3월 개봉 당시 650개관에서 상영했는데, 6월에는 850개 스크린으로 영역을 넓혀 부활했다. 이런 예외적인 상황을 연출해낸 건 <훌륭한 부인들>이 개봉 첫주부터 천만 돌파를 낙관하게 할 만큼 흥행성이 높은 작품이라는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관객 몰이뿐 아니라 작품 몰이에도 목마른 프랑스 극장들의 현 사정을 역설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평소 프랑스 영화시장의 55%를 차지하는 할리우드영화는 개봉에 소극적인 자세를 유지하고(7월 말 개봉예정이었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테넷>은 8월 중순으로, 디즈니의 <뮬란>은 8월 중하순으로 개봉이 연기됐고, 7월 말 개봉예정이었던 <스폰지밥 극장판>은 아예 2021년 VOD 개봉으로 전략을 바꾸어버렸다), 프랑스 내부적으로는 80개에서 150개 작품의 촬영이 중단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당장 2020년 후반부터 새 작품 공급 부족 현상이 예상된다. 프랑스영화관연맹 대표인 리처드 파트리는, 일간지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할리우드영화의 상영 취소는 (극장주로서는) 좋은 소식이 아니다. 하지만 자국영화 배급자들에게 레드카펫이 펼쳐진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라 생각한다”면서 “관객은 상영관을 구경하기 위해 극장에 오는 것이 아니다. 현재 미국영화들 때문에 시장의 절반이 비어 있는 상황이다. 극장 문은 배급자들에게 활짝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또 파리 5구의 예술영화관 그랑 악시옹의 대표 이자벨 기발 하디 역시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극장들은 새 작품이 모자랄까 걱정하는 대신 이미 존재하는 자국의 풍부한 영화 유산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19로 전례 없는 타격을 입은 프랑스 영화산업, 이 위기를 자국영화 배급 확대의 기회로 역이용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