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병은 폐허에서도 매일같이 창고를 정리한다. 좀비 떼가 점령한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에도 예외는 없다. <반도>의 631부대에서 성실히 루틴을 지키다가도 탈출 기회를 살피며 서 대위(구교환)를 따르는 김 이병(김규백)은 재난 상황에서 인간성을 잃어가는 이들이 있다면, 저자세를 유지한 채 그들을 감당해야 하는 이들도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자리가 마련해준 일말의 인간성을 붙들고, 부러진 다리로 절뚝이는 김 이병을 연기한 배우 김규백은 3년 전부터 단역으로서 필모그래피를 쌓아오다 <반도>로 처음 관객에게 각인되었다. “많은 작품에서 주로 군인 아니면 포로였다”던 그는 영화를 보고 자신을 알아봐주는 관객이 있다는 사실에 놀랍고 감사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며칠 전 인스타그램에 <반도> 촬영 마지막 날 연상호 감독과 찍은 사진을 올렸더라. 관객의 댓글에 하나하나 답글을 달았던데.
=관객이 나를 찾아보고, 댓글을 달아주는 게 신기하다. 들뜬 기분을 가라앉히려고 노력 중이다. 쉽지는 않지만.
-<반도> 이전 필모그래피를 보니 굵직굵직한 상업영화에 단역 출연을 해왔더라. <기생충>의 ‘취객1’ 역은 민혁(박서준)이 기택(송강호)의 집을 방문했을 때 쫓아낸 그 남자가 맞나.
=맞다. <기생충> 후시녹음한 날이 내 생일이었는데, 봉준호 감독님께 “선물 하나 주시면 안될까요” 하고 부탁드리며 함께 사진도 찍었다.
-영화 단역 출연을 2017년부터 했더라. 그전에는 연극 무대에 섰던 것으로 안다.
=대학 졸업 후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공연을 올렸는데, 관객이 없어 공연을 취소해야 했던 적도 많다. 얼굴을 조금이라도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영화를 하겠다고 결심했는데, 많은 작품에서 주로 군인 아니면 포로를 맡았다. (웃음)
-<반도>에서도 군인으로 나온다. (웃음) 그간의 출연작 중 가장 비중있는 연기를 선보였는데, 캐스팅 제안을 받던 날을 기억하나.
=그날은 만우절이었다. 시간까지 정확히 기억한다. 2019년 4월1일 오후 1시 반. (웃음) 조감독님의 연락을 받고 바로 시나리오를 받으러 갔다. 너무 떨려서 차마 그 자리에서는 시나리오를 못 읽고 혼자 카페에 가서 읽었는데 김 이병이 정말 내 배역이 맞나 싶을 정도로 큰 역할로 느껴지더라. 잊지 못할 하루였다.
-<반도>를 보는 내내 631부대와 김 이병의 전사가 궁금했다. 따로 생각한 지점이 있나.
=영화에 나오진 않았지만, 대본에 김 이병이 평범한 대학생이었다고 말하는 대사가 있었다. 평범한 학생이 군대에 와서 재난을 만나면 어떻게 될까 되물으며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소심하지만 살고싶은 욕망이 있기 때문에 믿고 의지할 사람을 찾았을 것 같고, 그렇게 서 대위에 대한 일방적인 충성심이 생기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서 대위 역을 맡은 구교환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처음 카메라 리허설을 했을 때 구교환 배우를 보며 감탄했다. 어떻게 저렇게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싶어서 놀랍고 부럽더라. 김 이병이 서 대위를 돋보이게,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했고, 구교환 배우의 연기에 리액션만 잘해도 성공이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연상호 감독과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으로 다시 함께하게 되었다고.
=연기 잘하는 걸로 보답해야 할 텐데. (웃음) <반도> 촬영을 하면서 감독님이 자주 한 얘기가 있다. “규백씨, 너무 과해요.” (웃음) 내가 의욕이 앞서서 연기를 좀 과하게 했던 거다. 내가 하는 게 맞지 않나 하고 감히 생각하다가도, 결과물을 보면 감독님이 맞았구나 싶더라. 다음 작품에서는 좀더 진중하고 차분하게 연기해보겠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가 궁금하다.
=우선 8월에 <오케이 마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어리바리한 악당을 연기했는데, 김 이병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올해도 앞으로도 꾸준히, 연기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다.
영화 2020 <오케이 마담> 2020 <반도> 2019 <기생충> 2019 <봉오동 전투> 2018 <말모이> 2018 <스윙키즈> 2017 <흥부: 글로 세상을 바꾼 자> 2017 <공작> 2017 <청년경찰> 2017 <물괴> 2017 <군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