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루비'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 동명의 당선작을 영화화한 작품
2020-07-28
글 : 이나경 (객원기자)

<오늘의 과학> 메인 프로듀서 서연(박지연)은 틈만 나면 상사에게 불려가기 일쑤다. 제대로 된 과학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매번 시청률이라는 현실적인 벽에 부딪친다. 계속 이런 식의 상황이라면 프로그램 폐지밖에 답이 없다는 상사의 압박만 남을 뿐이다. 남부러울 것 없는 방송국 정규직이지만 서연의 꼭두각시 역할을 지속함에 회의를 느끼는 조연출 은지(손은지), 대본도 쓰고 자막을 만드는 등 주요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지만 언제 잘릴지 모르는 계약직 작가 수오(김동석). 두 사람 또한 힘들긴 마찬가지다. <루비>는 <오늘의 과학> 양자역학 편 연출을 위해 섭외한 마술사 수영(최영열)과 그의 비둘기 ‘루비’의 등장으로 변곡점을 맞이한다.

영화는 촬영이 진행되는 방송국 스튜디오와 연극 무대를 넘나드는 구성을 취하는데, 어느 것이 현실이고 상상인지 그 경계가 모호하다. <루비>는 일반적인 내러티브를 의도적으로 거부한다. 다소간 낯선 호흡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오프닝 시퀀스에 등장하는 메시지에 충실한 작품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흑백 화면 속에서도 확고한 입지를 잃지 않는 배우 박지연의 담대함이 돋보인다.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 동명의 당선작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원작자이자 영화의 각본을 맡은 김명진 작가의 자전적 경험이 일부 녹아 있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 상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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