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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가 될 순 없어', 그래도 내가 더 웃긴다!
2020-07-28
글 : 최지은 (작가 <이런 얘기 하지 말까?>)

“개그맨끼리 결혼해서 이혼한 커플 하나도 없다? 그 누구도 (이혼) 1호가 되기 싫은 거지.”JTBC 예능 프로그램 <1호가 될 순 없어>는 개그맨 박미선이 했던 말에서 시작되었다. 희극인 부부 1호인 팽현숙-최양락, 4호 박준형-김지혜, 12호 강재준-이은형의 일상을 보여주고, 3호 박미선(이봉원은 종종 CG로 소환된다)과 다행히 아직 자유의 몸인 장도연이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 출연자들의 방송 경력은 도합 197년에 달한다. ‘이혼’을 ‘1호’라는 표현으로 대체하고, “1호가 될 순 없지만 언젠가 2호는 될 수 있다”고 의미심장한 여운을 남기며, “다른 개그맨하고 결혼해서 또 나올 수 있느냐”는 질문에 놀라긴커녕 반색하는 분위기는 무엇보다 웃기려는 마음이 앞서는 이 집단의 특성을 보여준다. 아무것도 안 하면서 눈치 없이 들썩대는 명절날 큰아빠처럼 입바른 소리만 자꾸 해대는 최양락과, 외식 사업에 방송은 물론 가사노동까지 완벽을 추구하면서 최양락을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싹싹한 팽현숙은 명불허전 ‘1호’의 호흡을 보여준다. 잘 맞는다는 뜻이 아니다. 이렇게 극과 극으로 안 맞는 두 사람이 30년 넘게 부부로 묶여 있다는 사실이 경이로울 만큼 둘은 자주 부딪친다. 언제나 활기가 넘치지만 문득 분통을 터뜨리다 눈물까지 터뜨리는 팽현숙은 남편을 아끼면서도 갑자기 험한 말을 퍼붓고, ‘밉상 베짱이’라 놀림받는 최양락은 매사에 열정적인 아내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당신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어!”라고 소리치는 팽현숙에게 소심하게 “입은 한개고…”라 반박하는 최양락을 보고 있으면 이것이 콩트인지, 시트콤인지, 아니면 위기 상황인지 혼란스럽다. 다행히 얼마 전에는 부부가 산부인과 전문의를 찾아가 팽현숙의 갱년기 증상에 관해 상담받는 내용이 방송되었다. 모처럼 유의미한 조언을 들은 최양락이 아내를 기쁘게 해주려 캠핑카를 빌리면서 또 다른 소동이 시작되긴 했지만, 금실보다 개그 욕심이 더 앞서는 듯한 이 부부라면 그 와중에도 생각했을 것이다. ‘내가 더 웃겨야지.’

VIEWPOINT

진행은 박미선이지

부부 관찰 예능은 자칫 가부장제의 관습을 답습하거나, 부당한 상황에서 ‘현명하게’ 인내하고 화해하는 여성을 긍정적으로 비추기 쉽다. 그러나 <1호가 될 순 없어>는 참지 않는 팽현숙, 출연자들을 쥐락펴락하며 다정하게 센 농담을 던지는 박미선, 결혼하지 않은 외부인의 시선으로 동종업계 기혼자들을 바라보는 장도연 덕분에 비교적 산뜻하다. 특히 장도연에게 개그맨과의 결혼 의사를 자꾸 묻는 분위기를 차단하며, 인생의 쓴맛을 먼저 본 사람으로서 엄숙하게 말리는 박미선의 조합은 너무나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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