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Music] 여성 트리오가 완성하다 -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O.S.T
2020-07-30
글 : 최다은 (SBS 라디오 PD)

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은 말하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다. 말하는 게 직업인 여성들이 말할 수 없었던 내용을 끝끝내 소리내는 이야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인턴> 등 일하는 여성이 주인공인 스토리에 음악을 입혔던 시어도어 셔피로는 이 작품이 전작들과 어떻게 다르며 무엇을 핵심으로 하는지 빠르게 간파했다. 그리고 베테랑 작곡가로서의 자신은 한발 물러서기로 결심한다. ‘여성의 목소리를 영화음악의 주재료로 삼고, 유능한 여성 음악가들의 도움을 적극 받자.’ 영화의 중심에 그레천 칼슨(니콜 키드먼), 메긴 켈리(샤를리즈 테론), 케일라 포스피실(마고 로비) 세명의 여성이 있다면, 영화음악의 중심에는 캐럴라인 쇼, 페트라 헤이든, 수잔나 홉스 트리오가 있다. 미국의 여성 록밴드 ‘뱅글스’ 멤버이자 제이 로치 감독의 아내인 수잔나 홉스, 아카펠라 장르로 솔로 앨범을 여러 장 발표한 페트라 헤이든이 먼저 아이디어의 기초를 닦았다. 일반적인 보컬 음악 하면 떠올리는 가사와 선율이 있는 노래의 형태가 아니라 성대로 낼 수 있는 다양한 소리를 경계 없이 창조하는 과정이었다. 어떤 모음을 사용할지, 어떤 단위로 음절을 끊어낼지 등을 고려해 영화의 스토리와 부합하는 리프(반복되는 짧은 단위의 테마)를 만들어냈고, 이에 맞물려 펼쳐지는 기악 연주 음악을 시어도어 셔피로가 작곡했다. 캐럴라인 쇼는 보컬 편곡과 실제 녹음을 담당해 이 모든 걸 종합하는 역할을 했다. 쇼는 인간의 목소리가 가진 무한한 표현성을 실험하는 그룹 ‘룸풀 오브 티스’(Roomful of Teeth)의 멤버이자 최연소 퓰리처상을 수상한 현대음악 작곡가다. 음악감독이 애당초 ‘무반주 여성 보컬 음악’을 모티브로 삼은 것도 그의 작품에서 출발된 것.

음반에는 세명의 여성 음악가와 협력해 만든 9곡 외에 영화의 긴장감을 견인하는 날카로운 사운드의 스코어, 싱어송라이터 레지나 스펙터의 파워풀한 오리지널 송까지 총 20곡이 담겨있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직접적이면서도 촌스럽지 않게 담아낸 영리한 앨범이다.

PLAYLIST+ +

페트라 헤이든 《Petra Goes to the Movies》

<싸이코> <시네마 천국> <슈퍼맨>의 메인 테마를 포함해 유명 영화음악을 목소리만으로 표현해낸 음반. 수십명이 연주하던 오케스트라 음악이 아카펠라로는 어떻게 전환되는지 그 편곡의 묘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지루할 틈이 없다. 게스트 반주자로 브래드 멜다우와 페트라의 아버지인 찰리 헤이든이 참여했다.

룸풀 오브 티스 《Roomful of Teeth》

캐럴라인 쇼가 멤버로 있는 8인조 보컬 그룹 ‘룸풀 오브 티스’의 데뷔 앨범. 인간의 성대로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한 사운드를 음악으로 승화, 그 창조성을 인정받아 그래미 시상식에서 베스트 앙상블 퍼포먼스 부문을 수상했다. 쇼의 퓰리처 수상작인 <Partita for 8 Voices>도 수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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