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부다페스트 스토리' 전쟁통에 거짓말로 기생했던 이야기꾼에 관한 영화
2020-08-11
글 : 오진우 (평론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신문에는 전쟁으로 실종된 사람들을 찾는 광고들이 넘쳐난다. 한코(터마시 서보 킴멜)는 광고를 실은 가족들을 찾아가 실종된 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하지만 실은 한코는 거짓으로 사연을 팔아먹으며 연명하는 사기꾼이다. 어느 날 사기행각이 들통난 한코는 도주하던 중 숲속에서 전쟁으로 남편과 헤어진 여인 유디트(비차 케레케스)를 만난다. 총을 들이대고 위협하는 유디트에게 한코는 또 한번 거짓말로 남편 이야기를 지어내고 이후 유디트 모자와 함께 가족처럼 살아간다.

<부다페스트 스토리>는 전쟁통에 거짓말로 기생했던 이야기꾼에 관한 영화다. 한코는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을 위로하고 그 대가로 숙식을 제공받는다. 하지만 영화는 유디트를 만난 뒤 점차 치정극으로 변해간다. 남편으로부터 학대를 받던 유디트는 한코에게 애정을 느끼고 이후 죽은줄 알았던 남편이 돌아오자 상황은 혼란으로 치닫는다. 거짓이 만연했던 시대, 진실을 외면하고 싶은 인물들을 통해 시대를 대변하는 이 영화는 전쟁 당시 헝가리의 음울한 풍경을 공들여 재현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장르와 정서가 변화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적재적소에 배치된 음악이 영화에 긴장과 서스펜스를 끌어올린다. 2020년 헝가리 필름 어워즈에서 음악상과 분장상을 수상했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