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남매의 여름밤' 김기현 촬영감독 - 공간도 하나의 캐릭터처럼
2020-08-24
글 : 조현나
사진 : 오계옥

두리번거리며 할아버지 댁으로 들어오는 옥주(최정운)와 동주(박승준). 남매는 여름방학 동안 지내야 하는 이 생소한 곳을 꼼꼼히 살핀다. “낯설고 이질적인 공간이라 느끼는 남매의 감정이 잘 보이면 좋겠다”는 윤단비 감독의 요청에 따라, 김기현 촬영감독은 카메라를 고정한 뒤 멀리서 두 배우를 촬영했다. 거리를 둬야 남매의 생경한 감정이 잘 드러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남매의 여름밤>은 갑작스레 함께 여름을 보내게 된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가족간의 드라마를 잘 담아내기 위해 김기현 촬영감독은 텍스트보다 배우에 집중했다. “인물들의 제스처나 대사 사이의 간격 등 현장감을 최대한 살리고 배우의 자연스러운 호흡을 온전히 담아내는 것이 중요한 영화라고 봤다.” 또한 공간도 하나의 캐릭터라고 생각하며 인물들과 집이 ‘만난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항상 집 안에 카메라를 두고 대문을 통해 집으로 들어오는 배우들을 촬영했다. 영화 후반부엔 이 집에 할아버지의 숨결이 남아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옥주의 시선을 따라 소파와 텃밭의 의자 등, 할아버지의 빈자리를 바라보며 영화를 마무리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김기현 촬영감독은 대만의 뉴웨이브 감독들과 오즈 야스지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을 전부 다시 봤다. “식사 장면을 포함해 정적인 공간에서 카메라가 인물들의 움직임을 어떻게 담아내는지, 또 가족과 아이들, 죽음 같은 주제를 어떻게 다루는지 연구하고 이를 <남매의 여름밤>에 녹여내려 했다.”그는 <남매의 여름밤>을 찍으며 “찰나의 시간을 잘 포착한다면 여러 제약 속에서도 좋은 그림을 만들어낼 수 있는 독립영화의 힘”을 다시금 상기했다고 전한다.

김기현 촬영감독은 중학생 때 <씨네21>에서 진흙탕 속에서 조명기를 나르는 스탭들의 사진을 보며 “영화 현장의 일부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영화를 전공하는 대신 현장에서 바로 일을 시작한 그는 <연리지>를 시작으로 꾸준히 촬영팀 팀원, 촬영감독으로서 경력을 쌓고 있다. 그는 “본질적으로 영화는 인간의 이야기이니만큼 촬영할 때 배우의 떨림을 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한다. 10년간 촬영 일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묻는 질문에는 “매력적이지 않나요”라고 짧게 반문하며 웃었다. 그 웃음에 영화, 그리고 촬영에 대한 진심이 묻어났다.

That's it

노티빌리티 프로그램

“원래 여기저기에 메모하고 스케치하는 편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한계를 느껴서 전부 한곳에 모아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남매의 여름밤> 촬영 때도 시나리오를 다 들고 다니는 대신 그때그때 찍어야 하는 신들만 따로 넣어다녔다.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바로 기록할 수 있어서 좋다.”

Filmography

촬영감독 2019 <남매의 여름밤> 2019 <첫잔처럼> 2014 <남매> 2014 <4학년 보경이> 2014 <옆 구르기>

촬영팀 2015 <순정> 2014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2010 <초능력자> 2009 <마더> 2006 <연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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