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이십일세기 소녀' 80년대 후반, 90년대생으로 이뤄진 일본 여성감독 15인의 옴니버스 단편 모음집
2020-09-01
글 : 남선우

지난해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미리 소개된 영화 <이십일세기 소녀>는 80년대 후반, 90년대생으로 이뤄진 일본 여성감독 15인의 옴니버스 단편 모음집이다. 이 영화에 열네 번째로 등장하는 단편 <뿔뿔이 흩어진 꽃에게>를 연출한 야마토 유키 감독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8분 내외의 픽션 14편과 엔딩 크레딧을 장식하는 애니메이션 한편이 117분을 가득 채우며, <리틀 포레스트> 시리즈의 하시모토 아이,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의 이시바시 시즈카, <아사코>의 가라타 에리카 등 최근 일본 영화를 대표하는 여성배우들의 다른 면면을 만날 수 있어 반갑다.

15편 중 <소녀가 소녀에게>(2017)로 장편 데뷔를 한 에다 유카 감독의 <사랑의 증발>, 히가시 가나에 감독의 <아웃 오브 패션> 정도가 인상적이다. <사랑의 증발>은 연애에 대한 환상을 믿지 않게 된 소녀의 비밀 작전을, <아웃 오브 패션>은 디자이너 지망생이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느끼는 괴리를 스타일리시하면서도 섬세하게 따라간다. 그외의 작품은 비슷한 소재를 반복하는데, “21세기 소녀에게 바치는 도전적 단편집”이라는 선언이 무색하게 같은 직업이나 고민을 가진 인물들이 나열되어 있다.

오프닝에 나오듯 “성 혹은 젠더에 문제 제기를 하는 작품일 것”을 공통적으로 요구했다고 해도, 그 영화가 그 영화 같은 기시감이 강하다. 젊은 여성감독들에게 기회를 주고 그 결과물을 한데 모으겠다는 의의는 기껍지만 <이십일세기 소녀>가 그들의 독창적인 세계를 충분히 보여주지는 못한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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