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조직위원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복지와 성장은 상호보완적 관계… 기본소득 통해 영화산업 성장 가속화될 것"
2020-09-14
글 : 김성훈
사진제공 경기도

기본소득은 어느새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정책이 되었다. 모든 국민들에게 정기적으로 일정액의 소득을 지급해 경제를 성장시키는 동시에 성장의 일부는 다시 복지로 투입해 국민의 안정적 삶을 지속시키고, 나아가 성장하겠다는 내용의 이슈를 일찌감치 선점한 덕분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일각에서조차 기본소득 정책에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지만 이재명 도지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게’라는 정치적 신념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 4월 1인당 10만원씩 지급하는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을 발표했고, 5월엔 1차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을 주장했으며, 9월 6일엔 전국 48개 지방정부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함께 기본소득 정책을 추진하는 ‘기본소득 지방정부협의회’를 출범시켰다. 9월 17일 개막하는 제12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이하 DMZ다큐영화제)를 앞두고 영화제 조직위원장이기도 한 그에게 올해 영화제 운영 계획뿐 아니라 그의 기본소득 정책이 영화 및 문화 산업에 어떤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자세하게 물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대면 인터뷰가 어려운 상황이라 서면으로 질문지와 답변지를 주고받았고, 전화 통화로 추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처음 터졌을 때 김성수 감독의 영화 <감기>(2013)가 생각났다. 성남시장 재임 시절 제작된 영화인데, 방역 대책을 세우면서 이 영화를 떠올린 적은 없나.

=감염병 확산으로 인해 도시가 셧다운되는 영화 설정이 현실과 유사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감기>는 집단감염 상황에서 원칙적이고 엄정한 대응이 중요하다는 영감을 준 영화다. 권한을 가진 사람들을 특별 대우하고, 비원칙적으로 대응하게 되면 상황이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소외 계층을 차별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크게 공감했다. 경기도는 이번 코로나19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하고 원칙적으로 대응하고 있어 도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흥미로운 통계가 나왔는데 경기도의 사랑제일교회·광화문집회 관련자 검사율이 약 85%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행정권위의 결과다.

-성남시장 시절, 분당을 배경으로 한 <감기> 촬영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감기>는 강한 외압을 받았었는데 성남시가 촬영에 협조했던 이유는 뭔가.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영화일 뿐 영화를 현실과 혼동해서 정치적으로 외압을 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무엇보다 영화를 통해 지역사회 홍보도 할 수 있고. 문화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을 좀더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게 오히려 바람직한 정부의 역할이라고본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국내외 많은 영화제들이 온오프라인을 병행해 열고 있다. 지난 9월7일 DMZ다큐영화제 이사진을 만난 자리에서 “코로나19와의 장기간 동거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영화제 같은 행사도 무조건 취소할 게 아니라 물리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진행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우리 사회는 물론 전세계가 사상 초유의 위기를 겪고 있다. 경제·사회·문화 활동이 심각하게 위축되었지만 그렇다고 일상을 포기할 순 없다. 영화계를 놓고 보면 관객이 전년 대비 91.6%나 감소하고 여러 극장이 문을 닫았다. 영화 제작도 중단되고, 이미 만든 영화도 개봉을 기약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다큐멘터리를 비롯한 독립예술영화 등 다양성 영화계의 위축은 훨씬 더 심각하다고 알고 있다. 제작과 배급은 물론 관객과의 만남 자체가 힘겨운 다큐멘터리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영화제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대한 고민이 많다. 코로나19로 상당수의 영화제가 축소해서 개최하거나 취소되는 상황이지만 DMZ다큐영화제의 상징성과 의미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고,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며 국내외 작품성 있는 다큐멘터리영화를 상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방역 지침에 따라 최대한 안전하게 영화제를 운영할 계획인데, 영화제를 찾아주신 모든 분들이 안심하고 영화제를 즐길 수 있도록 방역에 만전을 기하겠다.

-오프라인 행사는 아무래도 취소나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영화제는 교육 콘텐츠를 강화하고 온라인을 통해 관객과의 접점을 넓히는 방향으로 준비했다. 청소년 대상 온라인 다큐멘터리 교육프로그램인 ‘독스쿨’(Doc School)은 단편다큐멘터리 온라인 상영과 함께 교육활동지를 제공했고, 올해 상반기에 경기도 소재 중학생 1만2천여명이 참여할 정도로 활용도가 높았다. 유튜브를 활용한 ‘DMZ랜선영화관, 다락(Docu&樂)’은 다큐멘터리를 온라인으로 상영하는 프로그램인데, 영화제 기간 동안에도 음악 뮤지션과 함께하는 온라인 음악다큐 상영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처럼 영화제는 코로나19의 상황 변화에 따른 단계별 운영 계획을 수립했다. 코로나19의 확산 추이를 예측하기 어려워 야외 상영을 포함한 부대행사는 모두 취소하고, 인더스트리 행사와 포럼은 온라인으로 전환해 다큐멘터리 영화상영에 집중할 계획이다.

-올해 DMZ다큐영화제는 정상진 신임 집행위원장이 선임되는 등 변화가 많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충실해 신임집행위원장 선임 결정을 영화제에 맡겼고, 영화제의 선택을 존중한다. 정상진 집행위원장이, 독립예술극장 경영과 배급사 운영, 다큐멘터리 제작에 직접 참여하면서 쌓은 폭넓은 국내외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변화하는 시대환경에 맞게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하는 DMZ다큐영화제의 비전과 방향을 제시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코로나19로 문화 콘텐츠 산업이 위기에 처했다. 현장성을 기반으로 하는 다큐멘터리 창작자들의 다큐제작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된 풍경 속에서 더욱 어려워질 거라 짐작된다. 지난해 신설된 ‘DMZ 인더스트리 사업’ 외에도 다큐멘터리 창작자들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DMZ다큐영화제만의 정책이 있나.

=영화제 첫해부터 다큐멘터리 제작 활성화를 위한 제작지원사업을 추진했고, DMZ 인더스트리 사업 역시 그러한 노력의 결실이다. 2009년부터 171편에 28억원을, 지난해에는 32편에 4억원을 지원했다. 지난 6월, 다큐멘터리 제작자를 지원하기 위해 특별예산을 별도 편성하고, 다큐멘터리 제작 착수단계에 필요한 소재 발굴과 조사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다큐멘터리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을 발표한 바 있다. 선정된 프로젝트에는 편당 200만원을 지급했고, 30편을 선정했다. 앞으로 프로젝트 사례를 공유할 수 있는 워크숍을 개최할 계획이다.

-DMZ다큐영화제뿐만 아니라 경기도 차원에서 영화인들을 지원할 계획은 없나.

=모든 위기의 이면에는 기회가 있다. 코로나19는 우리 일상을 비접촉, 비대면으로 바꾸어놓았고 온라인, 디지털 영역을 급속히 성장시키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영화산업이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해 있지만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고 온라인, 디지털 영역이 확대되면 오히려 영화의 수요가 늘어날 기회도 될 수 있다. 경기도는 영화산업 발전을 위해 기획개발부터 제작, 투자 및 배급 상영지원뿐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발 빠른 대비를 위해 현실적인 대안을 준비하고 있다. 소외와 차별 없이 누구나 영화를 만들고 즐길 수 있도록 공정한 문화 환경 조성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기본소득이 실시된다면 영화산업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보나.

=기본소득은 재산, 소득에 관계없이 주권자 누구에게나 정기적으로 일정액의 소득을 지급하는 정책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이할 고용절벽과 부의 극단적 양극화를 해결하고, 인간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면서 자본주의 체제를 존속, 유지, 지속성장시키는 제도다. 기본소득은 특히 소득이 불안정하고 적지만 만족도가 높은 문화예술 영역에서 큰 효과를 낼 거라고 생각한다. 생산성은 무한정 높아지지만 인간의 노동력의 가치는 떨어지게 될 것이다. 그에 따라 노동에 대한 인식도 변화가 필요하다. 노동이 생존 수단이 아니라 성취, 자아실현의 도구로 인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그 점에서 기본소득은 실질적 자유를 더 넓게 확장시키고, 다양한 형태의 삶의 방식을 가능하게 해 영화인들의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할 것이다. 영화산업의 지속과 발전에도 순기능할 거라 생각한다.

-얘기한 대로 기본소득 정책은 복지와 성장을 동시에 잡는 성장 전략인데, 영화 및 문화 산업에 적용시키려면 무엇이 전제되어야 할까.

=복지와 성장은 더이상 배타적인 개념이 아니라 상호보완적 관계다. 복지는 가계가처분소득과 구매력을 증가, 소비를 촉진시켜 수요와 공급을 확대해 경제를 성장시키고 성장의 일부는 다시 복지로 투입돼 확대재생산되면서 자본주의 체제를 존속, 유지, 발전시킨다. 기본소득 제도가 대표적인 예다. 기본소득의 경제적 효과는 영화와 문화 산업에도 그대도 적용 가능하다. 기본소득으로 늘어난 가처분소득은 영화와 문화의 소비, 수요를 증가시켜 영화 공급을 확대하고 영화산업 성장에 촉매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공급 측면에서도 기본소득을 바탕으로 전문 영화인이 늘어나 양질의 수준 높은 작품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기본소득을 통해 완성도 높은 영화 공급과 구매력을 갖춘 소비인구가 만나 영화산업 성장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본다.

-일시적으로 관객의 소비를 촉구하는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관 할인권 정책이나 문화예술인들을 대상으로 한 예술인 복지법과 달리 기본소득은 모든 사람을 공평하게 지원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문화예술인들에게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문제를 오랫동안 고민해왔다. 성남시장 시절 만났던 문화예술인들이 ‘정부가 한달에 30만원만 주면 정말 행복하게 작품 활동을 하며 살 수 있겠다’고 하소연한 적 있다. 노동이 생존을 위한 고통의 한 과정이었던 과거와 달리 4차 산업혁명에 접어든 지금은 노동이 자기실현의 과정이자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삶을 더욱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기본소득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책을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적용하는 것이야말로 국민들에게 거둔 세금의 역할이자 국가재정의 역할이자 정부의 역할이다. 단기적인 성과에 집중하는 게 폼도 나고 티도 나지만 그보다 정치인은, 또 정부는 당장 표시나지 않더라도 정책이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는 작품을 기획, 개발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마련해줘야 세계적인 작가들이, 작품들이 나올 수 있다. 돈이 되는 일은 기업이 하면 되고.

-지난 2월 6일 열린 경기도 영화산업 발전을 위한 영화인 간담회에서 “최근 제작·배급에 독과점이 너무 심해져 영화산업을 넘어 문화 전체에 타격이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불공정한 부분을 시정하고 새로운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 공공의 영역”이라고 얘기했다. 영화산업 독과점과 불공정 거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한국 최초로 칸국제영화제의 황금종려상을 비롯해 미국 아카데미 4관왕을 달성하면서 우리 영화계의 기념비적 업적을 세웠다. 하지만 한국영화의 발전 속도와 비례해 집중과 독점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대기업 중심의 제작, 배급·유통, 상영관 독과점으로 흥행위주의 고예산 영화에 자본과 스크린이 집중되고, 이에 따른 영화 콘텐츠의 획일화와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다. 경기도는 독립, 예술, 다큐멘터리 등 다양성영화의 상영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상영관 지원, 제작·투자 지원 등 다양성영화 지원 및 육성을 위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독과점 폐해는 영화인뿐 아니라 결국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끼친다. 공정한 문화예술 생태계를 만들어야 지속적인 영화산업의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지난 대선 때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내 인생의 영화로 <명량>을 꼽았다. 혹시 내 인생의 영화를 다시 꼽는다면 어떤 영화를 선택할 건가.

=여전히 <명량>을 꼽고 싶고 또 하나 더하자면 국민에게 아카데미상 4관왕이라는 기쁨을 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꼽고 싶다. 계급 갈등과 빈부 격차와 같은 보편적인 주제를 반지하라는 우리에겐 익숙하지만 외국에서는 생소한 공간으로 풀어냈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정치인으로서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에 보는 내내 마음이 많이 무거웠고 봉준호 감독에게 큰 과제를 받은 느낌이었다.

-최근 영화 중에서 인상적으로 본 작품은 무엇인가.

=평소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인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 영화관을 갈 엄두는 못 내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영화 <결백>을 재미있게 봤다. 가족의 회복을 다룬 영화인데 신혜선씨의 연기가 강렬했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영화 감독과 배우, 외국 감독과 배우는 누구인가.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김혜수 배우를 좋아한다. 송강호씨와 함께 밥 먹은 적도 있다. (웃음) 이들의 작품을 보면 자신만의 철학이 확고히 들어 있는 것 같다. 외국 감독으로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을 좋아한다. 외국 배우는 앤서니 퀸. 외모와 표정에 개성이 느껴져 무척 좋아했던 배우다. 공장에서 일했던 어린 시절 극장에 가는 게 유일한 낙이었다. <노틀담의 꼽추>(1956), <나바론 요새>(1961)등 그가 출연한 영화들을 그때 봤다. (웃음)

사진제공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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