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Music] 2020년 여름의 기억들 - 김지우 《여름의 기억들》
2020-09-17
글 : 최다은 (SBS 라디오 PD)

매년 이맘때면 인스타그램 여기저기에 전세계 관광지 사진이 올라왔을 텐데, 올해는 그 자리를 집 앞 공원과 아파트 화단이 채우고 있다. 천변을 걷거나 교외로 드라이브를 가는 사진도 올라오곤 하지만 그게 최대치인, 쪼그라든 휴가의 풍경이다. 음원 사이트의 메인 화면에서 십수개씩 나열된 신보 중 김지우의 음반에 눈길이 간 건 그 풍경과 닮은 앨범 커버 때문이었다. 한강공원에서 바라본 석양에 물든 강물과 다리. 고단한 하루의 끝에 ‘오늘도 살아냈구나’란 안도와 ‘이런 아름다움이 가까이에 존재했구나’란 감사가 함께 피어나는 공간. 그걸 보고 있자니 마치 삶의 무대로 오로지 일상만을 허락받은 우리의 모습이 서로를 거울처럼 비추는 듯했다.

일년에 한두번 겨우 주어졌던 이벤트마저 사라지고 고독이 강제된 상태에서 일상을 사랑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김지우의 EP 《여름의 기억들》은 그 복잡한 심경을 노래한 음반이다. 수록곡의 제목은 <한강> <항해> <정원> <소풍>. 모두가 ‘밖’을 향하는 심상의 단어인 동시에 요즘 당면한 한계를 실감하게 하는 단어다. 피아노를 기본으로 두고 심플한 편성으로 구성된 네곡은 답답한 현실을 다루면서도 차분하고 맑은 사운드를 들려준다. 김지우는 계절을 계절답게 하는 자연의 면면을 절실히 그리워하지만 집 주변만 맴돌 수밖에 없는 상황에 쉽게 절망하거나 연민하지도 않는다. “찬란한 지난날의 흔적 머릿속을 지배하려 하네 모든 걸 제자리에 놓은 채 난 다시 항해를 떠날래”라면서도 이어서 “우선 오늘 지금을 살아갈래요 이 바람을 느껴보아요”(<항해>)라고 말하는 식이다. 재회의 희망도 버리지 않는다. “날 부르던 네 목소린 들리지 않지만 저 끝에서 널 만날 땐 알 수 있겠지.”(<정원>) 그래서 김지우의《여름의 기억들》은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2020년 여름의 기억들’에 가깝다. 계절이 바뀌어도 여전히 유효할, 2020년을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이 이렇게 기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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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경 《여행기록》

코로나19 시대 이전의 여행의 기록을 담은 앨범으로, 팬데믹이 선언되기 시작한 올해 3월에 발매됐다. <겨울 in otaru>를 첫 트랙으로 하는 음악들은 그래서 더 애틋하게 들린다. 배영경 특유의 단정하면서도 울림 깊은 나일론 기타 소리에, 영화 <윤희에게>의 음악을 만든 임주연이 피아노 사운드를 얹었다. 누구라도 금방 지난 여행의 추억에 빠져들 수 있게 하는 음반.

김지우 《나무》

김지우에 대한 정보는 음반 사이트에 있는 짧은 소개글을 제외하면 뮤지션 개인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데, 그는 지난 5월 발표한 자신의 첫 싱글 《나무》에 대해 “사람들에게 받은사랑 덕분에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있음을 담은 곡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작고 평범한 것에 감사하는 것이 지금을 살아가는 최선의 방법임을 이 아름다운 성정을 지닌 뮤지션에게서 다시 한번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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