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실력과 착한 성품을 지닌 다이빙 선수 이영(신민아)은 팬과 동료 모두의 인정을 받는 스타다. 반면 이영의 오랜 친구이자 같은 다이빙 선수인 수진(이유영)은 슬럼프를 겪고 있다.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둔 시기, 계속된 성적 부진으로 은퇴를 마음먹은 수진을 막기 위해 이영은 싱크로나이즈드 다이빙팀 출전을 제안한다. 김 코치(이규형)를 포함한 주변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영은 오직 수진의 재기를 위해 개인 다이빙 연습 시간을 쪼개 수진과 싱크로나이즈드 다이빙을 연습한다. 수진은 자신을 적극적으로 돕는 이영에게 복잡한 감정을 느끼면서도,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기회를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 얼마 후 수진의 실력이 몰라볼 만큼 좋아져 모두가 놀라고, 그와 관련된 이런저런 소문이 퍼져나가 이영의 귀에도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그날 밤, 이영과 수진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를 당한다. 의식을 잃었던 이영이 정신을 차려보니 그날의 기억은 전부 사라졌고, 함께 사고를 당한 수진은 실종 상태다. 이영은 아직 회복되지 않았지만 선발전 준비를 위해 경기장에 나가 연습에 박차를 가한다. 그런데 다이빙대 위로 올라간 이영에게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영화 <잉투기>(2013), <가려진 시간>(2016)의 각본을 쓰고, <택시운전사>(2017)의 각색을 맡았던 조슬예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디바>는 다이빙이라는 스포츠를 중심으로 오랜 친구 사이인 동시에 라이벌 관계인 두 인물의 애증, 경쟁심, 질투, 열등감, 두려움 등의 감정을 맹렬하게 파고들어가는 영화다. 인간으로서의 공포심을 극복하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순간의 기술과 아름다움을 겨루는 스포츠라는 점에서 다이빙은 단순한 소재를 뛰어넘어 영화의 전반적 무드를 조성하고, 스토리의 중심을 이끌어나가는 또 하나의 주인공으로 기능한다. 예컨대 인물들의 상실과 실추가 다이빙의 하강하는 이미지와 겹치거나, 정신적 충격에서 비롯된 환영이 다이빙대 위에서 까치발을 한 채 거친 숨소리를 내뱉는 순간에 떠오르며 그 효과를 극대화하는 식이다. 영화의 주요한 배경인 거대한 다이빙 경기장 또한 인물들을 담아내는 장소 이상의 육중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그 자체만으로도 서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디바>는 친구이자 경쟁자인 두 인물간의 미묘한 심리와 감정선을 소재로 하거나, 예술이나 스포츠에 종사하는 인물이 스스로를 혹독하게 채찍질하는 고통을 다루는 여타의 스릴러영화들과 비슷한 구성을 갖추고 있다. 사고 후 이영은 실종된 수진의 소문과 궤적을 파헤치는데, 그 결과 수진의 사연뿐 아니라 이영이 애써 잊고 있던 과거와 자신이 감추고 있던 비밀 또한 드러나게 된다. 영화는 이처럼 감춰진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 속에서 점차 미쳐가는 인물들의 광기와 욕망을 스피디하게 보여주며 서스펜스를 고조시키는 데 공력을 들인다. 촬영, 조명, 음악, 미술 등 각종 기술을 조합해 스산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불안감을 극대화한다.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전개는 몰입도를 높인다. 다만, 그 과정에서 여러 차례 반복되는 전개 방식이 영화의 전반적 짜임새를 헐겁게 만들고, 연이은 자극은 피로감을 불러일으킨다. 현란한 스펙터클이 영화 자체의 밀도를 높이진 못한듯해 아쉬움을 남긴다.
배우들의 연기가 눈길을 끈다. 다정하고 배려심 넘치는 친구와 광적으로 경쟁에 집착하는 선수라는 양극단을 오가는 이영 역할을 맡은 신민아는 그간 보지 못했던 색다른 모습으로 활기찬 열연을 펼친다.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표정 연기부터 다이빙 선수처럼 보이기 위한 신체적 훈련까지, 각고의 노력이 엿보인다. 이유영 또한 이영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미스터리한 친구 수진 역할을 매력적으로 소화하며 영화에 긴장감을 더한다. 두 주연배우 외에도 김 코치 역할의 이규형과 신예 다이빙 선수 초아 역할의 오하늬, 이영의 매니지먼트 회사 대표 역할의 주석태 등의 배우들도 영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안정적 연기를 선보인다.
CHECK POINT
이중적 의미의 ‘디바’
영화의 제목은 조슬예 감독으로부터 시나리오 리뷰를 부탁받은 박찬욱 감독이 붙여준 것이다. 조슬예 감독은 “이탈리아어로는 ‘여신’ 이지만, 이란에서는 ‘전설 속 괴물’, ‘악귀’라는 뜻을 가진 단어 ‘디바’가 영화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라는 생각에 제목으로 선택하게 됐음을 밝혔다.
또 다른 주인공, 다이빙
“가까이서 보면 추하지만, 멀리서 보면 아름답다.” 극중 다이빙에 대해 이같은 말이 오간다. 이는 이영과 수진의 관계를 가리키는 동시에 인기 스타 이영의 겉과 속을 비유하는 말이기도 하다.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다이빙을 극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배우와 제작진의 고된 노력이 필요했다.
신민아의 재발견
영화 속 대부분의 배우들이 흥미로운 연기를 선보이지만 그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신민아다. 신민아가 연기한 이영은 영화의 전반을 이끌고 가는 원톱 역할이면서 선과 악, 미와 추의 양극단을 모두 보여주는 캐릭터다. 신민아의 색다른 모습이 영화에서 치열하게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