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코미디 호러 영화를 연출해온 신정원 감독의 8년만의 신작
2020-09-22
글 : 박정원 (영화평론가)

소희(이정현)는 남편 만길(김성오)과 달콤한 신혼 생활을 즐기고 있다. 만길은 일이면 일, 집안일이면 집안일, 거기다 다정함과 센스까지 갖춘 말 그대로 완벽한 남편이다. 그러나 신혼의 단꿈도 잠시, 우연히 만길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소희는 미스터리 연구소 소장 닥터 장(양동근)의 도움으로 만길의 뒷조사를 하게 된다. 그리고 충격적인 비밀을 알게 되는데, 다름 아닌 만길의 정체가 지구를 정복하러 온 외계인 언브레이커블이었으며, 소희를 죽이려한다는 것이었다. 닥터 장을 필두로 소희의 고등학교 동창 세라(서영희)와 양선(이미도)까지 합심해 만길의 공격으로부터 소희를 지켜내고자 하는데, 예상치 않은 사건들이 자꾸만 터진다. 소희와 만길은 속내를 감춘 채 서로를 죽이려 하고, 도저히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은 점점 깊어만 간다.

2004년 <시실리 2km>로 데뷔하여 <차우>(2009), <점쟁이들>(2012)과 같은 특색 있는 코미디 호러 영화를 연출해온 신정원 감독의 8년 만의 신작이다. 장항준 감독이 쓴 원작 시나리오에 각색 과정을 통해 SF 요소를 더했다. 능청스러운 대사와 천연덕스러운 태도로 웃음과 소름을 동시에 유발하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은 자못 진지한 상황에서 웃음이 터지고, 코믹한 상황에서 오싹함을 느끼게 되는 기묘한 영화다. 긴장감이 다소 떨어지는 후반부의 전개가 아쉬움을 남기지만, B급 감성과 유머 감각, 개성 있는 연출 스타일은 여전하며, 중간중간 전작 속 코미디 요소들을 추억하게 만드는 깨알 같은 장치도 눈길을 끈다. 주연배우들의 호흡 또한 안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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