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광고’ 논란이 유튜브 생태계를 뒤집어버린 지난 8월, 타이밍도 좋게 ‘앞광고’ 콘텐츠가 등장했다. <네고왕>은 매주 하나의 브랜드나 프랜차이즈 본사를 찾아가 ‘가격을 깎아달라’거나 ‘이런 서비스를 제공해달라’는 소비자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대표와 직접 협상해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유튜브 예능이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에는 부담이 가지 않게 하는 계약이라 못 박는다 하더라도 콘텐츠 자체가 일종의 유료 광고인 만큼 시청자가 거부감을 느낄 요인은 충분한데, 광고나 ‘네고’를 떠나서도 일단 <네고왕>은 웃기다. 광희가 진행하기 때문이다.
시민 인터뷰를 하려다 마주친 식당 주인에게 “어머님, 저 누군지 아세요?”라고 친한 척하고, 모른다는 답이 돌아와도 굴하지 않으며 “저 광희예요! 왜, 성형한 남자 있잖아요!”라고 싹싹하게 인지도를 올리는 광희의 기세는 신인 시절 “눈, 코, 이마, 다 고친” 사연을 흥겹게 늘어 놓으며 토크쇼를 장악하던 모습 그대로다. 여남노소 누구에게든 친근하게 말 붙여 토크를 쥐락펴락하고 소비자들의 경험이나 불만에 자기 일처럼 공감하며 호들갑 떠는 광희의 오디오는 잠시도 비지 않는다. 당근마켓에 부동산 카테고리도 있다고 하자 “집은 직방에서 구해야지!”, 반올림피자샵에 가서 “저는 파파존스 좋아하거든요?” 같은 도발적인 멘트를 던지고, 사측의 미담이나 홍보성 멘트가 길어지면 칼같이 차단하는 광희의 센스는 시청자가 무엇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음을 보여준다. 할인 대신 자사 제품을 증정하겠다며 “국산을 써야 한다”는 미용실 사장의 손목시계가 아르마니임을 알아채 곧바로 반박하는 순발력은 진행자의 애드리브가 핵심인 콘텐츠의 성격에 완벽히 들어맞는다. 그러니까 비록 MBC예능 <끼리끼리>가 초라하게 막을 내리고 <놀면 뭐하니?> 고정 자리는 아직도 불분명하지만 딱히 아쉬울 것은 없어 보인다. 광희는 이미 TV 밖에서 물 만났으니까.
VIEWPOINT
갈대 같은 대중의 마음,어떻게 알았지?
중소기획사 소속 9인조 아이돌 그룹 ‘제국의 아이들’ 멤버로 데뷔해 고생고생하며 자신과 팀을 알렸던 광희의 가장 뛰어난 재능은 역시 현실감각이다. 제국의 아이들이 2012년에 발표한 <후유증>이 역주행하고 있다는 소식을 MBC <라디오스타>에서 들은 광희는 ‘정말 감사하고, 기회가 닿는다면 멤버들과 꼭 다시 모여서 보답하고 싶다’는 모범답안 대신 정곡을 찔렀다. “그땐 봐달라고 해도 안 보더니…. 옛날에는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막상 모이잖아요? 그럼 딱 1주일에서 2주일 좋아하고 말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