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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물> 우바이 감독 - '베테랑'의 현실적인 형사, 중국에서도 사랑받았다
2020-10-08
글 : 김성훈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원작 못지않은 리메이크작이다. 지난 9월 3일 VOD로 개봉한 <대인물>(大人物)은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014)을 리메이크한 중국영화다. 지난해 극장 개봉해 1052만명을 동원해 3억8천만위안을 벌어들였다. 중국에서 개봉한 한국영화 리메이크작 중에서 가장 좋은 성적이다. 정의로운 강력계 형사 쑨따셩(왕첸위안)이 거대 기업 ‘자오스 그룹’의 2세 자오타이(바오베이얼)를 추적하는 이야기의 큰 줄기는 원작에 충실하되, 사건의 세부적인 설정을 중국 문화에 맞게 각색해 관객에게 큰 공감을 얻었다. 이 영화를 연출한 우바이 감독은 2009년 코미디 단편영화 <천남일기>로 데뷔해 웰메이드 웹드라마 <심리죄>(2015)를 연출해 재능을 인정받았다. 그는 중국 영화산업에서 ‘바링허우’(80년대 출생자)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알려져있다. 그와 서면으로 주고받은 대화를 공개한다.

-지난해 <대인물>이 중국에서 개봉했을 때 중국 관객의 반응이 어땠나.

=중국에선 액션과 코미디 장르가 유독 인기 있다. <대인물>이 흥행한 것은 통쾌한 범죄오락 영화인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는 기존의 중국영화와 달랐기 때문이다. 경찰의 멋진 모습만 부각했던 기존의 중국 경찰영화와 달리 <대인물>은 자식의 교육을 걱정하고 집에서는 아내에게 혼나기도 하는 현실적인 형사를 그려냈다. 또 빠른 스토리 전개가 관객에게 어필했던 것 같다.

-원작은 명대사가 많았다. 중국 관객이 유독 좋아한 대사가 있나.

=<대인물> 역시 온라인에서 ‘밈’이 된 대사가 많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어” 같은 <베테랑>의 명대사처럼 <대인물>에서는 경찰 서장이 “우리 배후에는 국가가 있다”고 말하는 장면이 관객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오늘 밤 자오타이님께서 골든벨을 울립니다” 같은 대사도 많이 회자됐다.

-원작인 <베테랑>의 어떤 점에 매료돼 리메이크작을 연출하기로 결심했나.

=<베테랑>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영화다. 정의로운 경찰이 도덕적으로 부패한 권력자에 맞서는 원작의 스토리가 아주 보편적이라 문화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디테일한 요소들만 중국 현지에 적합한 사건으로 각색했다.

-각색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건 무엇인가.

=중국 관객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으면서도 흥미로운 디테일들을 어떻게 살릴지 가장 많이 고민했다. 가령 한국에서 재벌은 역사가 중국보다 오래됐고, 다양한 계열사를 지닌 거대 공룡 같은 존재이지 않나. 재벌을 중국 상황에 맞게 지방 도시에서 급부상한 부동산 기업으로 설정해, 관객이 특정 기업을 떠올리고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설정들이 바뀌었나.

=오프닝 시퀀스에서 등장하는 황당한 위조화폐 사건은, 실제로 산둥성 출신의 세 남자가 위조지폐 단속망을 피하려고 1위안짜리 동전을 위조하기 위해 18만위안(약 3100만원)을 투자하여 범죄를 저질렀다가 예상을 초과한 작업비만 지출하고 유통도 제대로 못한 채 경찰에 붙잡힌 사건이다.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부동산을 개발하기 위해 저소득 빈민층의 주거 공간을 강제로 철거하는 영화 속 사건은 빠른 도시화와 빈부격차라는 현대 중국의 사회적 이슈를 반영했다. 형사 쑨따셩도 자식 교육 앞에서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설정인데 그건 중국의 학군 지역 과열 현상을 반영했다. 많은 중국 관객이 영화를 보고 공감했던 것도 이러한 설정 덕분이다.

-형사물 장르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나.

=경찰은 가슴 아픈 사건을 가장 먼저 마주해야 하는 직업이다. 이후 흩어진 정보들 가운데 진실을 가려내고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감정을 배제해야 하지만 동시에 뜨거운 정의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장르적 특성이 매력적이다. 가장 좋아하는 형사물은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이다.

-주인공인 쑨따셩을 연기한 왕첸위안은 이 영화뿐만 아니라 <끝까지 간다> <극한직업> <몽타주> 등 한국영화의 리메이크작에 주연을 맡았을 뿐만 아니라 현재 6천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고 있는 전쟁영화 <팔백>의 주인공이기도 한 스타 배우다. 왕첸위안의 어떤 점이 쑨따셩 역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나.

=왕첸위안은 감독에게도, 관객에게도 신뢰를 주는 연기자다. 캐릭터가 현실적인지 깊이 고민하고, 제작자와 감독의 입장에서 작품성을 함께 고민한다. 그의 연기는 늘 최고다. 중국 영화산업에서 그는 ‘남자다운 남자’, ‘중국적인 남자’의 대명사로 유명하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중국 또한 극장이 한동안 셧다운됐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지 못하는 동안 한국영화를 포함해 영화나 시리즈를 어떻게 감상했나.

=현재 중국은 극장 영업이 재개되어 산업이 회복되고 있다. 침체됐던 영화 시장은 분명 정상화되리라고 생각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영화·드라마 업계가 또 다른 의미에서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관객이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콘텐츠 관람 방식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고, 이것은 향후 콘텐츠 전반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OTT)이 등장한 뒤로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가 점점 무너지고 있고, 특히 젊은 관객을 중심으로 영화를 더이상 극장에 가서 보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당신 또한 여러 웹드라마를 연출했는데, 이런 산업 현상을 겪으면서 어떤 생각이 드나.

=콘텐츠 시청 장비와 5G 발전으로 OTT를 통해 영화나 드라마를 감상하는 일이 보편화되고, 관객의 만족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중국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들이 우수한 콘텐츠를 개발, 제작하고 있으며,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산업의 자연스러운 흐름이 됐다. 3D나 4D와 같이 영화관에서 관람했을 때 더 만족도가 높은 영화들도 있다. 3D, 4D 장비를 집에 구비해둘 수 없으니 이러한 시각적 효과가 장점인 영화들은 영화관에서 관람하는 것이 적합하다. 산업이 변화를 겪고 있지만 사실 크게 걱정은 하지 않는다. 기술의 발전은 콘텐츠 관람 및 배급의 방식을 바꿀 수는 있지만 스토리텔링을 바꿀 수는 없고, 좋은 콘텐츠는 어떤 방식으로 공개돼도 좋은 반응을 얻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터로서 좋은 이야기로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현재 한국영화 <도어락>의 리메이크작을 제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한국영화의 어떤 점이 리메이크하기 매력적인가. <도어락>의 어떤 점이 매력적이었나.

=스릴러, 범죄, 수사 장르물에 대한 관심은 항상 가지고 있다. 볘커 감독이 <도어락>을 촬영하고 있어, 영화와 관련된 정보를 더 얘기하기가 아직은 조심스럽다. 개봉하면 더 자세한 얘기를 나누자. (웃음)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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