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Music] 아일랜드 밀레니얼의 삶 - 드라마 <노멀 피플>의 사운드트랙
2020-10-08
글 : 최다은 (SBS 라디오 PD)

영국 에서 방송되어 흔히 ‘영드’로 알려진 드라마 <노멀 피플>은 사실상 ‘아일랜드’라는 키워드를 빼놓고는 설명하기 힘든 작품이다. 1991년생 아이리시 작가 샐리 루니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이야기는 아일랜드의 소도시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 10대 남녀가 더블린으로 무대를 옮겨 청년기를 함께 겪어가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젊은 연인이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며 혼란을 딛고 성장한다는 서사는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밀레니얼 세대가 겪고 있는 현재의 사회상과 아이리시들이 가진 자기 세계에 대한 인식 등이 세밀하게 반영된 까닭에 특별한 작품이 됐다. 드라마에서는 심심한 듯 압도적인 아일랜드 특유의 자연 풍광이 특별한 감상을 더했고, 그 땅 안에서 자란 뮤지션들이 만든 음악이 나머지 개성을 완성했다.

스코어를 맡은 스티븐 레닉스는 연출자인 레니 에이브러햄슨의 오랜 동료로, 둘은 드라마 속 주인공들처럼 젊은 시절을 더블린 트리니티 대학 주변에서 보냈다(둘은 2000년대 초반 독립영화 제작 시절부터 함께해 <프랭크> <룸> 등의 최근작에서도 협업했다). 레닉스는 과거의 경험 덕분에 <노멀 피플>의 세계와 캐릭터를 단박에 파악할 수 있었다고.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는 캐릭터나 상황에 대해 직접적인 설명을 하는 대신, 미묘하게 다른 분위기를 각각 충실히 구현하는 방향으로 발현됐다. 특정 선율과 리듬으로 테마를 부여하는 방식을 버리고 신시사이저와 현악기 그룹 등을 이용해 마치 공기를 조성하는 듯한 사운드를 만들어낸 것. 이런 앰비언트 스타일의 음악은 영상을 보는 동안은 각인되기 어려워도 시청 이후 감정을 되살리는 데에는 더없이 훌륭한 역할을 한다. 마치 우리가 과거의 어떤 기억을 냄새나 바람으로 불러올 때 더욱 생생하게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스코어만을 모아놓은 음반에는 1~2분 단위의 짧은 곡이 무려 24개의 트랙으로 담겨 있다. 장면마다 얼마나 음악적으로 정교하게 접근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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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리히터 <Dream1>

스티븐 레닉스의 스코어가 워낙 미니멀한 까닭에 감정적으로 도드라지게 표현해야 하는 장면에서는 좀더 선율이 강조된 다른 뮤지션의 연주음악을 빌려오기도 했다. 윱 베빙의 《Klangfall》(피아노 버전)과 더불어 막스 리히터의 《Sleep》 수록곡인 <Dream1>이 대표적인 예.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 등장한다.

소크 <Maybe>

아일랜드 출신 뮤지션들의 음악으로 선별한 삽입곡들은 <노멀 피플> 사운드트랙의 중요한 한축을 담당한다.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아이리시 뮤직은 아니지만,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닌 특유의 정서를 활용한 셈. 실제 주인공인 메리앤과 코넬이 들었을 법한, 젊은 뮤지션들의 음악은 드라마 전체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특히 25살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소크가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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