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스트리트 유명 브랜드 몬다는 H&M과 자라 같은 영국 기업이다. 몬다를 이끄는 CEO 리처드 맥크리디(스티브 쿠건)는 패션 리테일 업계의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다빈치처럼 협상하고 모네처럼 머니를 갖고 노는 남자라 불린다. 동시에 그는 자본주의의 추악한 얼굴을 상징하는 ‘욕심쟁이 회장님’이다. 영화는 리처드 맥크리디의 자서전을 준비하는 닉이 그의 주변 사람들을 인터뷰한다는 설정을 뼈대로, 대처와 레이건식의 자본주의 경제 덕분에 승승장구할 수 있던 리처드의 과거와 그리스 섬을 통째로 빌린 초호화 생일파티가 열리는 현재 시점을 교차한다.
<그리드>는 톱숍을 비롯한 유명 의류 브랜드를 소유한 필립 그린 회장이 멕시코에서 열었던 실제 파티를 모티브로 한다. 디자이너와 개발도상국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기업의 이득을 위해 수천개의 일자리를 없애며 기업을 확장하는 패스트 패션 업계의 민낯을 하나씩 들추며 풍자한다. 서민들이 주로 입는 SPA 브랜드가 정작 가난한 노동자들의 임금을 후려치고 있는 현실을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 비판하기도 한다. 소재부터 지향하는 연출 스타일까지,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나 <빅 쇼트> 같은 풍자극을 떠올리게 하지만 특정 인물을 겨냥한 블랙코미디치고는 시선이 아주 날카롭지도 유머 타율이 높지도 못해 아쉬움을 남긴다. 마이클 윈터보텀 감독과 ‘트립 투 시리즈’를 함께했던 스티브 쿠건이 다시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