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떠오르는 발리우드 스타 수샨트 싱 라즈풋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올해 나이 34살, 그는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팬들은 이제 막 스타의 반열에 오른 그가 왜 우울했을까 의문을 품었고, 발리우드의 족벌주의가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인도에서 가장 가난한 비하르주에서 다섯 남매 중 막내 외동아들로 태어난 수샨트 싱 라즈풋은 어린 시절 천체물리학에 관심 많은 독서광이었다. 그가 고교생일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이후 가족은 델리 로 터전을 옮겼다. 그곳에서 고교 시절을 마친 소년은 물리 경시 대회에 입상해 기계공학 전공으로 대학에 진학할 기회를 얻었으나 가족의 바람이었을 뿐, 소년은 기계공학엔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공군이나 우주 비행사가 되길 원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꿈이 있었으니, 발리우드 스타가 되는 것이었다. 소년은 샤룩 칸을 동경했다.
그는 <둠2>에서 백댄서로 참여한 뒤, 발리우드 진출을 작심하고 학업을 접고 뭄바이로 향했다. 2008년 TV드라마를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으며, 영화 데뷔작은 세 친구의 교차하는 운명을 그린 드라마 <카이 포 체>였다. <카이 포 체>는 <세 얼간이>의 원작자 체탄 바갓의 소설 <내 인생의 세 가지 실수>가 원작이며, 1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도 소개된 바 있다. 아미르 칸의 풍자극 <피케이: 별에서 온 얼간이>에서 조연을 맡았던 라즈풋은 인도 국민 스포츠 크리켓 대표팀의 실화를 다룬 <M. S. 도니: 더 언톨드 스토리>에서 주연을 맡아 ‘필름페어 어워드’에서 첫 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그의 연기 인생은 이제 막 시작인 듯했다.
그의 사망 원인으로 발리우드의 족벌주의가 지목되고 있다. 유명 제작자와 배우 등 인도영화를 주도한 이들은 대대로 업계에 몸담으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데, 인도영화계는 공공연하게 이들의 인맥에 좌지우지되고 있다. 자수성가한 라즈풋은 아웃사이더로 업계에서 따돌림을 당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고, 발리우드에서 큰 힘을 가진 인사들이 여론의 뭇매를 맞기 시작했다. 의혹의 당사자들이 라즈풋을 향한 추모의 글을 올리는 것도 비난을 받았으며, 심지어 그가 동경해 온 샤룩 칸마저 비난을 받고 있다. 샤룩 칸처럼 대형 제작사를 운영하는 슈퍼스타들이 족벌이 아니란 이유로 라즈풋을 배제하며 불이익을 주었다는 의심을 샀기 때문이다. 여론이 들끓자 라즈풋의 죽음을 둘러싼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른바 ‘흙수저’의 성공을 상징하던 한 배우의 죽음은 그만큼 파장이 컸다. 라즈풋의 연인이었던 배우 레아 차크라보티에게도 비판의 화살이 돌아갔다. 라즈풋의 유족은 그녀가 라즈풋의 죽음을 초래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차크라보티의 형제가 마약 사업과 연루되었고, 약물 남용이 라즈풋의 사망을 초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연인인 차크라보티는 당국의 조사에서 연기상을 받지 못한 라즈풋이 낙담했으나 스타의 삶을 즐겼다고 증언했다. 라즈풋의 약물 남용과 재산 문제는 자신과 무관하다는 해명도 덧붙였다. 위기에 몰린 그녀는 거꾸로 라즈풋의 가족은 그동안 뭘 했냐고 반문하며 모든 게 미디어의 서커스라고 지적했다. 차크라보티는 결국 구속되었으며 보석 심리 중이다. 코로나19로 인도 극장가의 문이 굳게 닫힌 사이, 장외에서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라즈풋의 죽음을 둘러싼 실체적 진실은 아직 알 수 없다. 부디 이 모든 가십의 바람이 지나 의혹 대신 그가 남긴 영화를 되새기는 날이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