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Music] 이것이 우리의 세계! - 블랙핑크 《The Album》
2020-10-15
글 :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

블랙핑크가 데뷔한 지 4년이 지났다. 세월 참 빠르다 싶다가도 이들이 기록한 숫자를 보며 시간의 무게를 느낀다. 블랙핑크는 활동 4년 만에 5천만명이 넘는 유튜브 구독자를 모으며 저스틴 비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채널을 보유한 아티스트가 되었다. 2018년 발표한 <뚜두뚜두> 뮤직비디오는 2019년 11월 K팝 그룹 최초로 조회수 10억회를 넘겼다.

최근 셀레나 고메즈 피처링으로 발표한 싱글 《Ice Cream》은 빌보드 싱글 차트 핫100에서 13위를 기록했는데, 이는 K팝 걸 그룹 역대 최고 순위였다. 바뀌기 전 기록도 블랙핑크가 기록한 33위였다. 《The Album》은 그렇게 끝없이 자신과의 싸움 중인 이들이 데뷔 이후 처음 발표하는 첫 정규 앨범이다. 아무리 앨범의 의미가 퇴색되었다지만 첫 앨범을 4년 만에 내놓을 일인가 퉁명스러운 기분을 가르고 첫곡 <How You Like That>이 흐른다. 피할 수 없으니 솔직해지자면, 이 첫곡을 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작은 한숨이 나왔다. 노래는 전형적인 YG사운드로 여전히 데뷔부터 이들의 이름에 꼬리표처럼 달라붙은 선배 그룹을 연상시키는 구석이 많았다. 동어반복에 불만이 터지려는 찰나, 앨범은 비로소 블랙핑크만의 카드를 조금씩 꺼내놓는다. 블랙핑크의 캐치프레이즈 가운데 하나인 ‘예쁘장한 Savage’를 표어로 삼은 세 번째 곡 <Pretty Savage>를 선두로 현재 가장 뜨거운 팝 아이콘 카디 비를 초대한 <Bet You Wanna>에서 랩과 보컬, 곡 소화력까지 부쩍 성장한 멤버들의 능력치를 속속들이 확인할 수 있는 <Love To Hate Me>까지. 블랙핑크라는 브랜드와 지금 이들이 팝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면밀히 분석한 노래들이 자리한다. 특히 단단한 비트에 친숙한 레트로 틴팝 정서를 버무린 매력적인 타이틀곡 <Lovesick Girls>를 듣고 있으면, 이곳이 우리가 만들어낸 세계라며 소리 없는 아우성을 치는 네 멤버가 눈앞에 선 기분이다. 덕분에 과하게 심플한 앨범 타이틀 《The Album》은, 앨범을 다 듣고 나면 그만큼의 자신감으로도 읽힌다.

PLAYLIST+ +

2NE1 <Can’t Nobody>

블랙핑크의 직속 선배 2NE1의 첫 정규 앨범 《To Anyone》의 전설적인 첫곡. 발표한 뒤 10년이 지났지만 이 노래를 가득 채우고 있는 2NE1의 야성적인 매력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 앨범은 블랙핑크의 전체 프로듀싱을 담당하고 있는 작곡가 테디가 깊게 관여한 작품으로 <Can’t Nobody> <Go Away> <박수쳐> <날 따라 해봐요> <아파(Slow)> 등 가요계 명곡이 줄줄이 쏟아지는 명반 중의 명반이다.

에버글로우 <LA DI DA>

블랙핑크의 뒤를 이어 차분히 해외시장을 공략해나가고 있는 될성부른 걸 그룹 에버글로우의 두 번째 미니앨범 《-77.82X-78.29》의 타이틀곡. 레트로 정서가 앨범을 전반적으로 감싸고 있지만 이는 요즘 사람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뉴트로’와는 사뭇 다르다. 쉽게 풀어 말하자면 좀더 80년대적이고, 좀더 미래 지향적이다. 이 이상한 설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시 음악을 직접 들어보는 수밖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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