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종이꽃' 힘든 현실 속에서 삶의 이유를 찾는 인물들의 드라마를 다룬 영화
2020-10-20
글 : 조현나

장의사 성길(안성기)은 불의의 사고로 거동이 어려워진 아들 지혁(김혜성)과 단둘이 지낸다. 지혁은 꿈도 희망도 잃은 채 틈날 때마다 자살을 시도하고, 간병인들은 그런 지혁을 감당하지 못하고 계속 일을 그만둔다. 성길은 재정적인 문제로 대기업 상조회사 소속으로 들어간다. 그는 자신이 해오던 대로 종이꽃을 하나하나 수작업하는 전통 방식을 고수하나 상조회사에서는 시키는 대로만 일하길 바란다. 그러던 중 건물 청소부로 일하다 부당하게 해고당한 은숙(유진)이 성길의 옆집으로 이사 온다. 은숙은 새 직장을 구하려 애써보지만 쉽지 않고, 결국 지혁의 간병인을 자처해 그를 살뜰히 보살핀다. 은숙은 한때 가정 폭력 피해자였던 자신의 상처까지 공유하며 무기력한 지혁에게 삶의 의미를 불어넣는다.

<종이꽃>은 힘든 현실 속에서 삶의 이유를 찾는 인물들의 드라마를 다룬다. 장의사 성길은 대기업에서도 예의를 갖춰 죽음을 애도한다는 신념을 지키고, 죽음만이 답인 줄 알았던 지혁도 새로운 삶을 꿈꾸기 시작한다. 매사 긍정적인 은숙에게도 힘든 과거가 있었음을 보여주며 어떤 태도로 삶을 대하는 것이 옳은지 질문한다. 안성기 등 주연배우들의 에너지가 후반부로 갈수록 극의 밝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도식적으로 끝난 결말은 아쉬우나 인물 각자의 삶에 대한 고민을 다양하게 다룬 점이 눈에 띈다. 제53회 휴스턴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외국어영화상에 해당하는 백금상과 한국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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