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베이징] 중국 박스오피스, 개봉을 기다린 신작 잇단 개봉
2020-10-20
글 : 한희주 (베이징 통신원)
국경절 연휴 6700억원 기록
국경절 연휴 동안 중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나와 나의 고향>.

8개월간의 극장 셧다운을 끝내고 지난 7월 영업을 재개한 이후 중국 극장가가 서서히 활기를 되찾고 있다. 그 선두에는 애국주의 영화 <팔백>의 흥행이 자리한다. 개봉 53일째인 10월 12일까지 30억9천만 위안(약 53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팔백>은 여름 극장가 기대작이었던 두편의 할리우드영화 <테넷>과 <뮬란>을 뛰어넘었다. 여름에만 해도 극장 좌석의 50%를 넘어서는 안된다는 방역 수칙이 있었기에 춘절 개봉예정이던 많은 기대작들이 이번 연휴를 노려왔다. 특히 올해는 추석인 중추절과 국경절이 겹치며 장장 8일간의 황금연휴다. 더구나 해외로 여행을 갈 수 없기 때문에 연휴에 놀거리를 찾으려는 관객이 극장으로 몰릴 것으로 예상되었고, 상영관의 규칙도 완화되어 75%까지 티켓 판매가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업계에서는 조심스럽게 예년 규모를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8일간 벌어들인 박스오피스는 총 39억5천만위안(약 6700억원)으로 지난해의 44억6600만위안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두었다.

가장 많은 관객을 불러모은 영화는 10월 1일 개봉한 <나와 나의 고향>이다. <나와 나의 고향>은 2019년 같은 시기에 개봉해 31억7천만위안의 흥행을 기록한 <나와 나의 조국>과 결을 같이하는 애국주의 영화로, 중국영화계 최고의 감독과 배우들이 총출동한 작품이다. <나와 나의 고향>은 총 7명의 감독이 연출한 옴니버스영화이며, 가족 단위 관객이 명절에 볼 수 있는 영화로 손색이 없었다. 장이머우 감독이 총제작을 맡았고, 닝하오 감독이 총감독과 연출을 맡았다. 이외에도 <나는 약신이 아니다>의 배우 쉬정, <당인가탐안> 시리즈의 천쓰청, 덩차오 감독이 연출에 참여했다. <나와 나의 고향>과 같은 날 개봉한 애니메이션영화 <강자아>가 10월 12일 기준으로 15억위안(약 2554억원)을 벌어들이며 박스오피스 4위를 유지하고 있다. 진가신 감독의 <탈관>도 개봉했다. <탈관>은 중국 여자 배구 대표팀이 1981년 월드컵에서 첫 우승을 거둔 이래로 2019년까지 총 10번의 우승을 거머쥔 실화를 각색한 이야기다. 배우 공리가 중국 여자 배구팀의 전설인 랑핑 역으로 등장해 열연했다.

이번 연휴 극장가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리틀 진가신’으로 불리는 신예 데릭 후이 감독의 영화가 그의 스승의 영화와 맞붙었다는 것이다. 올해 국경절 연휴 극장가의 다크호스였던 코미디영화인 <Coffee or Tea?>를 연출한 데릭 후이 감독은 진가신 감독 영화의 편집감독 출신으로, 진가신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offee or Tea?>는 진가신이 직접 제작자로 참여했으며, 그의 연출작 <탈관>과 연휴 내내 나란히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걸렸다. 팽욱창, 류하오란, 인팡 세명의 20대 라이징 스타가 주인공인 <Coffee or Tea?>는 고향 윈난성으로 귀촌한 세 젊은이가 이커머스 쇼핑몰을 창업해 지역 특산물인 유기농 커피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코믹하고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중 유일하게 올해 6월 촬영을 마친 따끈따끈한 영화로, 제작부터 개봉까지 무척 빠르게 이뤄졌다.

데릭 후이 감독처럼 길고 길었던 코로나19 사태를 넘고 영화를 만든 영화인이나 오랫동안 신작을 기다려온 관객도 위안이 되었던 국경절 연휴. 이런 추세라면 그동안 개봉을 미뤄온 다양한 영화들이 부지런히 관객을 만나기 위해 개봉을 서둘러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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