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나만 구원하는 게 무슨 의미인가 싶다.” 실제로도 일과 사랑의 균형을 중요시해 예원에게 몰입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는 이연 배우. 은수(우미화)와 그의 조카 수민(김보민) 사이에서 중심을 잘 잡아주고, 다리를 다친 은수를 온 힘을 다해 배려하는 예원의 행동이 자연스러운 데에는 전부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한제이 감독이 잠시 캐스팅을 고민했을 정도로 유독 앳된 얼굴을 지닌 배우이지만, 특유의 예리한 눈매와 솔직하고 단단한 답변들이 도리어 믿음을 준다. <담쟁이>의 예원이, 그런 예원을 닮은 이연 배우가 지금, 여기에 있었다.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로 <담쟁이> 출연 제안을 받았다던데.
=맞다. 그렇게 감독님과 핸드폰 번호를 교환하고 시나리오를 받았다. (웃음) 답이 있는 영화는 언제나 재미가 없는데 <담쟁이>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 좋았다. “문제점을 알았으니 이제 우리가 힘을 합쳐야 하지 않을까요?” 그 물음에 관객이 저마다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더라.
-오디션 과정은 어땠나.
=나중에 들었는데 감독님이 내가 정말 하고 싶어 하는지 확신이 없으셨다더라. 내가 <담쟁이>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혹시 내가 참여하지 않더라도 영화가 정말 잘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었는데, 그 말이 작품을 쟁취하고 싶다는 표현으로 가닿지 않은 거지. 그래서 죄송하다고, 실은 진짜 하고 싶었다고 했다. (웃음)
-꿈보다 사랑이 중요하고, 사랑을 표할 때도 굉장히 적극적인 예원을 연기했다.
=나 역시 사랑에 굉장히 적극적이고 일과 사랑의 균형이 맞아야 행복하다. 나 하나만 구원하려고 일을 하거나 목표를 세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내 연애관을 들으시더니 감독님이 하던 대로 하라고 하시더라. (웃음)
-평소 어떻게 캐릭터를 해석하고 접근하나.
=인물의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본다. 영화의 엔딩까지 봤을 때 예원이의 행동이 동일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은수와 시간을 보내고. 교통사고로 일상이 틀어진 때에도 예원이의 하루의 중심에는 항상 은수가 있었다. 예원이의 모든 행동이 은수를 붙잡아두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하니 이해가 되더라.
-은수의 편지를 읽고 소리 없이 우는 장면은 어땠나. 감정을 안으로 삭여야 해서 힘들었을 것 같다.
=진짜 슬펐는데 슬픔보다 화가 엄청 올라왔다. 화가 나서 눈물이 나는 때 있지 않나. 하지만 은수의 선택을 존중하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했고, 때문에 그 화를 폭력적으로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감정을 꾹꾹 눌러 담으며 연기했다.
-실용음악과를 다니다가 무대 공포증이 심해져서 연기 치료를 받았다고. 치료 목적으로 시작한 연기가 어떻게 지금까지 이어졌나.
=주변 상황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인데 무대에 서면 예민함이 극대화됐다. 보컬이었는데 무대에 오르면 앞에서 귓속말을 하고, 커피를 마시는 등 사람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다 눈에 들어오는 거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지경에 이르러서 연기 치료를 받기 시작했는데 연기를 하는 내내 정말 좋았다. 무대에선 억눌렀던 감정을 연기를 하며 터트리고 표출하니 뭔지 모를 시원함이 느껴졌다. 연기를 해보자 싶어 프로필 사진을 찍고 단편을 찍고 장편을 찍고, 그렇게 여기에 와 있다.
-음악과도 여전히 가까이 지내나.
=음악은 항상 듣는다. 요즘엔 김사월 음악감독님 노래를 진짜 많이 듣는다. 참고로 지금 홍보하는거 절대 아니다. (웃음) <담쟁이>를 하면서 김사월 음악감독님과 가까워졌고 자연스레 그의 음악 세계에도 깊이 빠져들게 됐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특정 역할보다는 좋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세상에 아직 희망이 있음을 보여주는 따뜻한 이야기를 만나고 싶다.
영화 2020 <코스모스> 2020 <담쟁이> 2019 <파고> 2018 <무명> 2017 <악질> 2017 <음파>
드라마 2020 <SF8> 중 <블링크> 2020 <SF8> 중 <만신> 2019 <드라마 스페셜-굿바이 비원> 2019 <드라마 스테이지-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