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담쟁이' 한제이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며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초청작
2020-10-27
글 : 조현나

은수(우미화)와 예원(이연)은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낸 동성 커플이다.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하는 예원과 달리 은수는 타인 앞에선 조심스럽게 행동한다. 은수는 어느 날 교통사고로 인해 걸을 수 없게 되고, 동승했던 언니 은혜가 세상을 떠나면서 홀로 남은 조카 수민(김보민)과 생활하게 된다. 크고 작은 마찰을 빚은 끝에 은수와 예원, 수민은 서로의 빈자리를 단단히 채워주는 관계로 거듭난다.

세 사람은 함께 식사를 하고 바다로 여행을 떠나는 등 소소한 기쁨을 누리며 현재와 같은 행복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지만, 현재의 법 체계에서는 가족의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깨닫는다. 그럼에도 예원은 가족이란 이름으로 셋이 함께 상황을 헤쳐나가길 바라고, 은수는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담쟁이>는 한제이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며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초청작이다. 영화는 은수와 예원, 수민을 통해 관객이 동성 커플에 대한 현 사회의 제도적 한계를 목도하고, 변화의 필요성에 관해 자연스레 질문할 수 있도록 한다. 오래된 동성 커플의 관계에 주목하고 수민을 통해 영화의 주제를 사랑에서 가족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담쟁이>는 정체성을 찾아가는 주인공의 고민에 주목한 기존의 퀴어영화와 구별된다. 은수 역의 우미화 배우와 예원 역의 이연 배우의 합이 극의 몰입도를 높이고, 수민을 연기한 김보민 배우의 존재감도 눈에 띈다.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함께할 미래를 염원하는 세 인물을 보노라면 이들이 어떠한 제약 없이 가족이란 이름으로 다시 나란히 걸을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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