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이독자에게]
[장영엽 편집장] 중국영화의 힘
2020-11-06
글 : 장영엽 (편집장)

지난 10월 중순, 중국이 북미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영화시장을 점유했다는 뉴스가 화제였다. 아시아 영화시장 조사기관인 아티산 게이트웨이에 따르면 10월 18일 기준 중국 내 영화티켓 판매수익은 19억8800만달러(약 2조2663억원)로 북미의 19억3700만달러를 넘어섰다. 중국이 시장 규모로 미국을 앞선 건 처음이 아니지만, 이러한 변화가 팬데믹 도중에 일어났다는 점은 단순한 순위 변동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씨네21> 1277호 통신원 리포트에서 한희주 베이징 통신원이 자세하게 전한 대로 최근 중국 영화산업의 회복세는 무서울 정도다. 현재 중국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블록버스터영화들을 극장에서 연달아 개봉하고 극장 영업을 재개한 지 4개월도 채 안되는 시간 동안 2조원이 넘는 수익을 벌어들이는 나라다.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은 미국과 여타 국가들이 산업을 정상화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거라 예상되는 만큼, 그동안 2인자에 머물던 중국이 팬데믹을 계기로 할리우드를 확실히 제치고 글로벌 영화시장의 패권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간간이 나오고 있다.

극장이 침체된 몇달간 OTT와 같은 디지털 플랫폼으로 관객이 빠르게 이동하는 전세계적인 추세 속에서 중국 극장가의 정상화는 많은 질문을 남긴다. 김성훈 기자와 한희주 베이징 통신원이 공동으로 취재한 ‘진격의 중국영화 전격 해부’ 특집에서 중요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시기 중국의 강력한 봉쇄 정책과, 극장이 영업을 재개하는 시점과 더불어 관객을 극장으로 향하게 할 대작 영화의 잇단 개봉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직접 영화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중국의 실정은 여러모로 한국의 상황과 다르지만, 관객이 몰릴 만한 성수기 시즌에 화제작을 극장에 걸어 관객 이탈의 가속화를 막은 중국의 사례는 분명 곱씹어볼 만한 지점이 있다.

이번 특집 기사 중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대목은 젊은 감독들에 대한 중국 메이저 스튜디오들의 전폭적인 지원이었다. 중국 역대 박스오피스 3위에 오른 <유랑지구>의 곽범 감독, 지난 2018년 흥행을 넘어 중국의 의료 현실을 꼬집으며 사회적 반향까지 일으킨 <나는 약신이 아니다>의 원무예 감독과 같은 ‘바링허우’(80년대 출생자) 감독들이 산업 관계자들의 든든한 지원 아래 성공적으로 세대교체를 하며 선배 감독들과는 다른, 그들만의 뚜렷한 궤적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이야말로 중국영화계의 진정한 경쟁력이라고 부를 만하다.

첫 장편 드라마로 2020년 중국 웹드라마 부문 누적 집계 조회수 1위를 차지하고, 얼마 전 열린 2020 아시아콘텐츠어워즈에서 베스트 크리에이티브상과 신인남자배우상(배우 룽쯔산)을 수상한 <은비적각락>의 신솽 감독은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메이저 OTT 플랫폼) 아이치이가 나의 창작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지”해준 것은 “장편 드라마 제작 경험이 없는 신인감독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거라고 말했다. 새로운 재능에 대한 과감한 투자야말로 영화산업의 미래를 위한 최선의 보험임을 중국의 사례를 통해 다시 한번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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