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걸후드' 셀린 시아마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
2020-11-10
글 : 배동미

아프리카계 소녀 마리엠(카리자 투레)은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할 위기에 놓여 있다. 낮은 성적 때문에 실업계 진학을 권유받자 그는 용기 내어 “다른 애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라며 일반계 진학 의사를 밝히지만, 선생님으로부터 “그러기엔 늦은 것 같구나”란 답변을 들을 뿐이다. 생업을 책임지는 엄마 대신 여동생 둘을 돌보고, 고압적인 태도로 구는 오빠 때문에 숨 쉴 곳도, 공부할 시간도 부족한 마리엠으로서는 삶에 대한 모종의 기회를 박탈당한 기분이다.

좀처럼 마음이 풀리지 않던 마리엠은 우연히 레이디(아사 실라), 아디아투(린지 카라모), 필리(마리투 투레) 일행을 만나고, 학교를 벗어나 거리를 쏘다닌다. 더이상 혼자가 아니기 때문에 어디서든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마리엠은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길에서 춤추고 노래를 부르고 때론 백인 아이들의 돈을 뺏는 나쁜 짓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는 이들이 학교를 떠났다고 해서 악독한 범죄에 빠지거나, 인간으로서 추락하는 모습으로 쉽게 결론 내리지 않는다. 이 점이 이 영화의 미덕이다.

여성의 내면을 긴 시간 동안 클로즈업으로 담아내는 셀린 시아마 감독의 시선이 <걸후드>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한다. 가장 큰 울림을 주는 장면은 마리엠과 친구들이 훔친 드레스를 빼입고 리한나의 <Diamonds>를 열창하는 신. “우리는 하늘 위 다이아몬드처럼 빛난다”란 가사를 따라 부르는 그들의 얼굴을 롱테이크로 촬영해 묘한 해방감이 비치는 순간이 생동감 있게 담겼다. 그 해방감은 보는 이에게도 그대로 전이된다. 셀린 시아마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로, 칸국제영화제와 토론토국제영화제의 초청을 받았다. 프랑스 현지에서는 2014년에 공개됐으나, 국내 개봉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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