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로마] 가브리엘레 살바토레스의 '밖은 봄이 왔다'가 보여주는 코로나19 팬데믹 풍경
2020-11-17
글 : 김은정 (로마 통신원)
감염병의 시대를 그리다
<밖은 봄이 왔다>

2020년 3월 24일부터 5월 30일까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록다운(봉쇄령)을 이탈리아 역사는 기억하게 될 것이다. 이탈리아 영화감독 가브리엘레 살바토레스의 <밖은 봄이 왔다>는 이 기간 동안 이탈리아 사람들의 격리 경험을 수집해 만든 영화다. 살바토레스 감독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되어 일반인들이 촬영한 영상을 수집·활용해 한편의 드라마틱한 다큐멘터리로 만들었다. 영화는 10월 15일부터 10일 동안 오프라인으로 열린 제15회 로마국제영화제의 스페셜 이벤트에서 상영되었고, 살바토레스 감독은 자가격리 중이어서 레드 카펫을 밟지는 못했다.

<밖은 봄이 왔다>는 “마스크가 없는데도 마스크를 쓰라고 하는 사람들, 사람들간 접촉이 상실되는 데서 오는 외로움, 기저질환이 있는 엄마를 데리고 병원에 간 딸과 엄마의 이별 인사, 텅 빈 연극 무대와 영화관, 사막 같은 황량한 거리, 휠체어에 갇힌 장애인, 불면증 환자, 죽는 순간도 알 수 없이 사라지는 노인들”을 목격하고 기록한다. 여기에는 발코니의 칸타타(노래 부르기), 지붕의 재발견, 아파트 공동 테라스의 재발견, 집에서 훈련하는 무용수, 안뜰에서 곡예하는 서커스 단원, 자신의 거실에서 학위를 받는 졸업생, 두개의 발코니를 연결해 이웃과 함께 식사하는 아파트 주민, 아파트 발코니를 올라가고 내려가기를 반복하는 장바구니, 자원봉사자들의 필수품 지원, 행인이 사라진 도시 공간을 훔친 야생동물들의 거리 활보, 직접 만들어 먹는 빵 등이 더해진다.

어처구니없는 상황 앞에서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낸 “팬데믹의 소소한 일상”은 왠지 모르게 잔잔한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 살바토레스 감독은 고립된 인간이 체감하는 고통과 인간이 스스로 인간일 수 있는 개별적 정체성을 다큐멘터리를 통해 기록하려 했다. 감독은 “창밖을 보면 봄이었다. 봄은 곧 내일이다. 우리에게는 내일이 있다”라고 말한다.

이탈리아는 최근 들어 연일 3만여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하루 사망자 수는 150여명에 이르며, 전국 치료센터의 90%가 확진자 수용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로마를 비롯한 주요 도시는 밤 12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통금령이 발동되었고, 코로나19 검사 장소의 밀집도를 낮추기 위해 보건소를 비롯해 약국과 개인 주치의도 감염 검사를 할 수 있게 했다. 야간 통금령이 발동된 지난 10월 24일에는 나폴리와 로마에서 대대적인 통금령 반대 시위가 있었다. 한 시민은 “팬데믹이 두려워서 집에 있을 사람은 집에 있을 것이다. 또 밖에 나가고 싶은 사람의 자유를 국가가 금지해서는 안된다”라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하기도 했다. 살바토레스 감독이 그리는 자유를 담은 봄은 언제 다시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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