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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어린 시절이 절로 떠올라서 - 투모로우바이투게더 《minisode1: Blue Hour》
2020-11-19
글 :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

텅 빈 학교, 몰래 나눠 듣던 이어폰, 여름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달리던 축구화, 갑작스레 사라진 친구, 저녁노을을 향해 끝없이 밟는 자전거 페달. 하나같이 언제고 영롱하게 빛날 아름다운 청춘의 클리셰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세 번째 미니앨범 《minisode1: Blue Hour》는 누구나 가슴 한구석 어렴풋이 품고 있는, 보는 것만으로 코끝에 푸른 바람이 불어올 것 같은 이 익숙하고 생명력 넘치는 이미지를 정성스럽게 담고 있다. 전작 《꿈의 장: ETERNITY》로 데뷔 서사인 ‘꿈의 장’을 마무리한 이들은 시리즈물의 작은 에피소드를 뜻하는 ‘미니소드’(minisode) 형식을 통해 거대한 세계관에 얽매이지 않은 청춘의 조각들을 가볍게 꺼내놓을 기회를 잡았다.

첫곡 <Ghosting>은 도입부에서 곡 전개, 보컬, 사운드 운용까지 K팝보다는 슈게이징이나 드림팝에서 영향을 받은 인디팝 카테고리에 넣는 편이 옳은, 눈에 띄게 매력적인 트랙이다. 노래에 실려 우리가 기억하는 시대를 초월한 청춘영화, 애니메이션의 주요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사이, 앨범은 타이틀곡 <5시 53분의 하늘에서 발견한 너와 나>를 비장의 카드로 꺼내든다. 트로피컬 하우스의 유행으로 이제는 우리 귀에도 익숙해진 시원한 플럭(Pluck) 사운드가 돋보이는 <날씨를 잃어버렸어>, 좋아하는 아이가 원하는 선물이 알고 싶은 간질거리는 마음을 힘찬 팝 록에 담아낸 <Wishlist>, 왁자지껄한 친구들 없이 혼자 걷는 하굣길에서 누구나 한번쯤 느껴봤을 센티멘털한 감정을 R&B로 풀어낸 <하굣길>까지.

앨범은 다섯 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10대들의 이야기를 때로는 꿈처럼 때로는 현실에 맞춰 충실하게 그려낸다. 총 5곡이 실린 길지 않은 앨범이지만 앨범을 끝까지 다 듣고 나면 유령과 괴물, 마법이라는 단어가 가진 기묘한 기운이 뭉글댔던 어린 시절이 절로 떠오를 것이다. 낮과 밤, 밤과 낮이 교차하는 시간, ‘Blue Hour’에 어린 신비한 기운만큼이나 강렬하게.

PLAYLIST+ +

샤이니 《Odd-The 4th Album》

샤이니는 ‘청량’을 노래하는 K팝 보이 그룹을 이야기할 때면 늘 등장하는 절대 기준이자 이상향이다. <Ring Ding Dong>이나 <Lucifer>같은, 청량과는 꽤 거리가 멀어 보이는 곡들을 자주 선보이지만 이상하게도 이 법칙은 바뀌지 않았고, 앞으로도 당분간 바뀌지 않을 것 같다. 이들이 2015년 발표한 앨범 《Odd-The 4th Album》은 그런 ‘청량한 샤이니’ 그리고 ‘청량한 보이팝’을 설명할 때 가장 유용하고 완벽한 시청각 자료다.

아스트로 《Dream Part.02》

‘얼굴 천재’ 차은우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그가 원래 아이돌이고 아스트로라는 그룹의 멤버라고 하면 놀라는 사람이 많다. 이왕 얘기가 나온 김에 기억해두자. 아스트로는 차은우뿐만 아니라 청량 보이팝 그룹이다. 특히 2017년 파트 1, 2로 나눠 발표한 ‘Dream’ 시리즈는 어딘가 쿨워터 향이 날 것 같은 이들만의 댄디한 청량함을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앨범이다. 첫곡 <With You>와 <니가 불어와(Crazy Sexy Cool)>를 이어 들으면 단번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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