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업자에 해당하는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위원은 제2조 제9호 각 목에 따른 분류 중 스스로가 업으로 하고 있는 분야와 직접 관련되는 소위원회의 위원이 될 수 없다. (중략) 위원 등 또는 위원 등의 배우자나 배우자였던 사람이 해당 안건 또는 지원사업의 피심의인이 되거나 피심의인과 공동권리자·공동의무자 등의 관계에 있는 경우 제척된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 제17조(소위원회 등)와 영진위 정관 제5장(위원 등과 사무국 지원 등의 제척 기피 회피) 제27조(제척의 이유)]
뜬금없이 영비법 조항과 영진위 정관 얘기를 꺼낸 건, 현재 영화계에서 누가 신임 영진위 위원장이 될 것인지 관심이 뜨겁기 때문이다. 오석근 영진위원장의 임기 만료(2021년 1월 5일)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모지은 영진위원의 임기 또한 내년 1월 4일 만료된다. 영진위원 두명을 새로 뽑고, 9인 위원회에서 새 위원장을 호선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일찌감치 영진위원 후보자를 추천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영화계 각 단체에 보냈고, 후보자를 추리고 있다.
몇몇 영화인들이 하마평에 올랐다. 현재 영화과 교수로 재직 중인 A는 기자에게 “최근 영진위원 후보를 수락해달라는 제안을 받고 고심 끝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영화인들에 따르면 주요 단체의 대표 B와 또 다른 단체의 대표였던 C, 현재 영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D 또한 영진위원과 영진위원장에 대한 긍정적인 의사를 내비쳤다고 한다. 하는 일은 다 다르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특정 단체의 추천을 받거나, 특정 단체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는 것이다.
특정 단체와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은 후보자가 영진위원으로 임명된 경우는 적지않다. 그렇다보니 특정 단체를 챙겨주거나 보다 많은 단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지원 사업을 운영했다는 비판이 영화산업 안팎에서 많이 제기됐다. 하지만 지금은 변화가 절실한 때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극장이 위기에 처했고, 그러면서 문체부 소관이 아닌 OTT 플랫폼이 급성장하는 산업 상황에서 신임 영진위원장은 “문화 행정과 정책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과 ‘리걸 마인드’를 가진 사람”(모 제작자)이나 “영화계 내부 이해나 정서에 편향되지 않고, 여러 분야의 이해관계를 조정, 중재하고, 협력을 도모할 수 있는 포용성과 협상력 등을 갖춘 덕망가”(모 감독)여야 한다는 목소리에 신중하게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